토마토 몇 알이 가르쳐 준 마음의 문턱

다정함이 잠시 길을 잃는 순간에도

by 숨결biroso나

토마토 몇 알이 가르쳐 준 마음의 문턱>




점심시간의 햇살이 유난히 투명하게 부서지던 날이었습니다. 산책을 끝내고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 시장 모퉁이에서 방울토마토 한 팩을 샀습니다.


얇은 플라스틱 통 안에서 붉은 알들이 햇살을 머금고 작은 등불처럼 일렁이고 있었지요. 그 선명한 빛깔을 어쩐지 혼자 보기에는 아까운지 마음은 이미 누군가의 책상 위를 다정하게 서성이고 있었습니다.



돌아오자마자 냉큼 토마토를 씻었습니다. 차가운 물줄기를 맞은 열매들은 막 비를 지나온 숲의 열매처럼 싱그러운 숨을 몰아쉬고 있었습니다.


꼭지를 하나씩 떼어내며 종이컵 몇 개를 나란히 세웠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오며 가며 편하게 집어 먹을 수 있도록 마음의 온도도 소분하여 담아냈습니다.


붉은 열매 몇 알 손바닥에 얹고 누군가의 마른 오후에 작은 햇살 조각 하나 건네고 싶던, 말보다 진심이 앞서 걷던 그런 오후였습니다.




토마토 몇 알이 가르쳐 준 마음의 문턱



방울토마토가 담긴 종이컵을 들고 수줍은 호의를 건네려던 찰나, 공기를 가르고 돌아온 문장은 예상보다 날카롭고 단단했습니다.


“저는 이런 거 부담스러워요.”
"이제 그만 주세요."


짧은 말마디 끝에 걸린 차가운 표정. 손에 들고 있던 종이컵이 갈 곳을 잃은 채 허공에 박제되었습니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 빈틈으로 당혹감과 쓸쓸함이 시린 바람처럼 스쳐 지나갔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종이컵을 조용히 내려놓는 수밖에요.


“왜 그래요? 속 안 좋아요?”


무안함을 덮으려 내뱉은 말 위로 다른 직원이 웃으며 다가왔습니다.


“팀장님이 직접 씻으신 거예요?”
"잘 먹을게요. 감사해요."


그가 집어 든 토마토가 입안에서 톡, 하고 터지는 소리를 냈습니다. 그 작은 파열음이 신기하게도 얼어붙으려던 내 마음을 조금씩 녹여주고 있었습니다.


내어준 것은 온기였으나

되돌아온 것은 서리 낀 바람


억지로 연 문은 흉터가 되고
기다려 준 문은 풍경이 된다는 걸


알면서도 시린 것은
내 손바닥에 남은
아직 식지 않은 온기 때문일까?




봄기운을 나누려다 배운 작은 이해



가만히 그 사람의 입장을 헤아려 봅니다. 어쩌면 그에게는 내가 무언가를 꾸준히 건네는 일들이 선의를 넘어선 침범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정함이 누군가에게는 반가운 볕뉘이겠지만, 정해진 선 안에서 고요하고 싶은 이에게는 갑작스럽게 열린 문이 주는 눈부심일 수도 있다는 것을요.


그건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우리가 가진 마음의 지도와 거리의 차이일 뿐.


남은 토마토를 하나 집어 입에 넣었습니다. 붉은 열매는 여전히 달고 단단했습니다. 내가 건넨 진심이 비록 상대의 성벽을 넘지 못했다 하더라도, 그 마음의 본질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겠죠.


다정함은 되돌아와도 여전히 나를 이루고 있을 테니까요.

창가로 스며든 햇살이 책상 위 남은 토마토들을 가만히 쓰다듬고 있었습니다. 다정함이 길을 잃는 순간에도 그 마음은 어딘가에 남아 조용히 다음 계절을 준비하고 있겠죠.


그래서 나는 여전히, 혼자 먹기 아까운 것을 보면 누군가의 얼굴을 먼저 떠올리는 사람으로 살아가기로 했습니다.





혼자 먹는 것이
괜히 미안한 마음

그래서 종종 나눈다.

간식이든
과일이든
혼자 먹기에는
조금 아까운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호의로 간식을 나누려다 정색하며 거절하는 동료를 마주했을 때의 당혹감을 담았습니다. 타인에게 향했던 온기를 스스로를 보듬는 에너지로 삼아 봅니다.



다정함은 때로 돌아오지만
머물지 못한 마음도 어딘가에서는 꽃이 되겠죠?


같은 열매를 받아도 사람마다 마음의 계절은 다릅니다. 그래서 우리는 조금 더 천천히 서로를 이해하기로 해요.



by 《그 자리에 핀 마음》 ⓒbiroso나.


다정함은 때로 돌아옵니다.
하지만 그 마음의 온도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머물지 못한 마음도 어딘가에서는 꽃이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누군가를 떠올립니다.

붉은 열매 몇 알 손바닥 위에 놓고
누군가의 오후에 작은 계절 하나 건네고 싶던 날
말보다 먼저 봄기운이 조용히 앞서 걷던 시간



《그 자리에 핀 마음》 우리가 멈춰 선 그 자리에서,
삶은 여전히 자라나고 있습니다.
보이지 않아도, 마음은 그렇게 피어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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