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할 수 없기에 찬란했던 그 순간>

7화 『설국』, 허무와 아름다움의 경계에서

by 숨결biroso나


모든 아름다움은 허무와 등을 맞대고 있다.





살다 보면 마음이 하얘질 때가 있다.
너무 아름다워서, 너무 슬퍼서, 숨이 막히는 순간.

눈 내리는 밤, 코끝이 시린 공기,
스치는 손끝의 떨림,
처음 건넨 한마디 말.

우리는 그 찰나에 마음을 쏟아붓고,
언젠가 사라질 줄 알면서도
그 순간을 살아낸다.


우리는 왜 그런 찰나를 기억할까?
어쩌면 그 순간들이야말로
삶이 정말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 아닐까?


그 순간이야말로
우리를 가장 우리답게 만들기 때문이다.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설국이었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설국』은 이렇게 시작한다.
한 남자가 기차를 타고 긴 터널을 지나
하얗게 눈 덮인 세상으로 들어선다.

그곳에서 그는 고마코라는 여인을 만난다.
그들의 만남은 사랑이라기보다
각자의 외로움과 공허함이 부딪히는 일이었다.

고마코는 활달한 게이샤였지만,
속으로는 누구보다 외로운 여자였다.
시마무라는 냉소적이고 관찰자적인 도시의 남자였고,
그녀에게 마음을 내주지 못했다.

둘은 웃었고, 상처 주었지만
끝내 서로의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서로에게 기대지만,
사실은 각자의 고독을
마치 거울처럼 비추고 있었다.





[ 말하지 못한 마음들]


시마무라는 왜 고마코에게 마음을 내주지 못했을까?
그는 사랑을 두려워했다.
사랑은 자신을 벗겨내는 일이고,
그 안의 공허함이
드러날까 봐 무서웠다.

고마코는 왜 그렇게 그에게 매달렸을까?
그녀는 그 안에서
자신을 인정해 줄 누군가,
잠시라도 따뜻하게 안아줄 누군가를 봤다.

그러나 시마마의 냉정함은
그녀를 더 외롭게 만들었다.

결국 그들은 서로를 사랑한 게 아니었다.
서로에게 자기 안의 결핍을 던지고 있었던 것이다.






[불길과 눈발 사이에서]



후반부, 마을의 창고가 불타오른다.

고마코는 맨발로 달려가 사람을 구하고,
시마무라는 그 모습을 멀리서 바라본다.

붉게 치솟는 불길,
하얗게 쏟아지는 눈발,
뜨겁고 차가운 것들이 한순간에 겹쳐진다.

그리고 그 순간,
시마무라는 고마코를 안아 올린다.

사랑해서가 아니었다.
다다를 수 없음을,
완전할 수 없음을 잠시 껴안은 것이었다.

그 안음에는 말로 다 할 수 없는,
허무와 다정, 미안함과 아름다움이 얽혀 있었다.






[우리 삶의 거울]



우리 삶도 설국이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기대고,
누군가를 사랑하고,
누군가에게 상처 주며 살아간다.

그러면서도 언제나 혼자다.

왜냐하면,
우리는 끝내 타인의 삶 안으로
완전히 들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엄마가 아이에게 무심히 던진 말,
연인이 건넨 차가운 표정,
친구의 외면.

그 안에는 상대가 감춘 상처와,
우리가 외면한 자신의 그림자가 있다.

우리가 마주하지 않는 그 그림자는
언젠가 관계의 틈에서 투사된다.
“너 때문이야”라고 말하지만,
사실 그것은 내 안의 상처였을지도 모른다.






[허무 속의 아름다움]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노벨문학상 수상 연설에서 말했다.
“나는 고요한 슬픔을 사랑합니다.”

『설국』이 위대한 이유는
사건이나 줄거리 때문이 아니다.

다다를 수 없는 마음,
찰나의 아름다움,
완전할 수 없음을 껴안는 용기.

그 허무함을 가장 아름답게 담아냈기 때문이다.






[삶과 마주하는 용기]



『설국』은 묻는다.

왜 인간은 사랑하면서도 고독한가?
왜 아름다움은 늘 순간에만 머무는가?
왜 타인을 통해 결국 자기 그림자를 보는가?

어쩌면,
스러짐을 껴안는 사람만이
비로소 진짜 아름다움을 본다.

우리가 껴안을 수 있는 것은
완전한 사랑이 아니라
사라질 줄 아는 용기다.

스스로의 그림자와 화해할 때,
비로소 타인의 고독을 이해할 수 있다.

그걸 알아버린 순간,
삶은 더 아프게,
그리고 더 눈부시게 빛난다.


당신은 지금,
무엇을 껴안고 있는가?

그리고 그 마음은,
언제까지 눈부실까?





우리는 결국,

아름다움을 완전히 가질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더 간절히 붙잡고, 더 뜨겁게 바라보다, 끝내 스러지는 순간에 홀로 선다.

가장 아름다운 것은
완전함이 아니다.

완전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기꺼이 내미는 마음이다.

스러짐 앞에서
조용히 눈을 감고,
그럼에도 다시 사랑하는 일이다.








"어쩌면 우리는,
닿을 수 없기에 서로에게 간절해진다."


by 숨결로 쓴다 ⓒbiroso나.



이 글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설국』에서 영감을 얻어 작성되었으며, 줄거리나 리뷰가 아닌 ‘아름다움과 허무, 인간의 고독, 불완전한 사랑’이라는 주제를 다루는 에세이입니다.

구체적 해석과 감정 서사는 작가의 재해석을 포함합니다.


《다시, 삶에게 말을 건넨다》 는 수요일과 금요일 기억에서 잊힌 줄 알았던 당신 마음에 조용히 말을 걸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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