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을 배우는 중입니다,
물을 좋아했다.
그러나 정작 잘 마시지는 못했다.
아침이면 커피를 먼저 내렸다.
텅 빈 컵을 책상 위에 올려두고 또 하루를 시작했다.
물을 한 잔 들이켜는 일조차
언제부턴가 번거로운 일이 되어 있었다.
물을 마신다는 건,
조금 천천히 나를 돌보는 일이었다.
그동안 내가 마신 것들은
각기 다른 '효과'를 주는 것들이었다.
커피처럼 각성시키고,
달콤한 음료처럼 기분을 달래주고,
맥주처럼 하루의 끝을 눅진하게 채워주는 것들.
그러나 물은 달랐다.
그저 투명하게 스며들 뿐,
아무런 목적도 약속도 내세우지 않았다.
그걸 마시는 일은
효율에 길든 내 몸과 마음에 낯선 일이었다.
그래서 요즘은 하루에 한 잔,
물 마시는 법부터 다시 배우기로 했다.
처음엔 맛도 없고, 심심했다.
굳이 시간을 들여야 하나 싶었다.
하지만 물을 마시는 법을 배우면서,
내가 살아가는 방식에도 작은 틈이 생기기 시작했다.
우리는 매일 무언가를 채우려 애쓴다.
정보, 성과, 관계, 목표.
그러다 어느 순간 속은 가득 차도 마음은 더 메마른 걸 깨닫는다.
그럴 때 필요한 건,
비워내고 다시 흐르게 하는 연습이다.
① 천천히 채우기
욕심껏 쏟아붓지 않고, 오늘 필요한 만큼만 채우기.
② 흘려보내기
쌓인 감정, 생각, 사람에 대한 미련까지도 자연스레 흘려보내기.
③ 투명함 유지하기
나를 타인에게 꾸미지 않고, 그대로 드러내며 존재하기.
물을 배우는 연습은 곧
마음의 여백을 회복하는 연습이었다.
바쁘고 복잡한 하루 속에서도
투명하게 흐르는 나만의 리듬을 유지하는 것.
물처럼, 흐르듯이.
그렇게 오늘을 살아가는 연습을 또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