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없는 안부
한여름이었다.
우리는 너무 가까이 있었다.
숨이 닿고, 시선이 겹치고,
말이 채 식기도 전에 감정이 솟구칠 만큼.
“덥다.”
툭 내뱉은 말이
작은 균열처럼 방 안을 가로질렀다.
무심한 척했지만, 그 안엔
지침과 서운함, 어쩌면 애정까지 얽혀 있었다.
에어컨도, 선풍기도
식히지 못하는 건
공기의 온도가 아니라 마음의 밀도였다.
가까이 있을수록
사소한 말이 더 깊게 박히고,
말하지 않아도 아는 사이란 게
가끔은 더 서운했다.
그래서 우리는
말없이 멀어졌다.
같은 공간 안에서,
조용히 각자의 거리를 만들었다.
며칠 뒤,
당신이 건넨 얼음이 담긴 유리컵 속에서
나는 다시 말 없는 안부를 읽었다.
차가운 물 한 잔이
내게 ‘괜찮아’라고, ‘아직 네 편이야’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덥다는 말로 멀어진 마음이
말 없는 물 한 잔으로 다시 가까워졌다.
사랑은
가끔 멀어지는 용기를 품고 있어야
다시 따뜻해질 수 있다.
"때로는, 붙어 있음보다
건네는 한 잔의 물이 더 많은 마음을 말해준다."
by 숨결로 쓴다 ⓒ biroso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