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바느질, 오늘도 나를 꿰맨다〉

7화 상처는 무늬가 되고, 무늬는 다시 삶이 된다

by 숨결biroso나

"찢어진 자리마다 실이 스며들듯,

삶은 상처를 꿰매어 하나의 무늬가 된다."



바느질처럼 이어 붙이며 살아온 날들이, 결국 인생의 가장 진실한 무늬가 된다.



바느질은 느린 손길로 이루어진다.

작은 바늘이 천을 오가며 흩어진 조각을 하나의 무늬로 엮어낸다. 겉으로 보기엔 단순한 반복이지만, 실을 꿰고 바늘을 찌르고 당기는 과정마다 손끝에는 정성이 묻어난다.

이 고요한 노동은 오래된 시간의 언어이자, 무너진 것을 다시 잇는 은밀한 기도다.


어린 날 기억 속에는 어머니의 바느질이 있다.
이불 홑청, 해진 교복, 손때 묻은 앞치마...
어머니는 바늘을 들어 조용히 꿰매며 정성을 들이고 해진 것들은 다시 쓸 수 있는 것으로 되살려냈다.


나는 바늘 끝이 반짝이는 그 순간마다,
마치 해진 삶도 이어 붙이면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믿음을 어렴풋이 담아 두었던 듯하다.


살다 보면, 누구나 찢어진다.


누군가의 차가운 말 한마디에, 스스로를 탓하는 밤에, 예고 없는 상실 앞에서 우리는 쉽게 흩어진다.


나 또한 여러 번 찢겼다.
마음은 금세 닳아 해어지고, 눈물은 옷감의 올을 풀듯이 나를 무너뜨렸다.

그때는 모든 게 끝난 줄 알았다.
찢어진 옷처럼 더는 입을 수 없는 인생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깨달았다.
상처는 지워야 할 흠집이 아니라, 꿰매야 할 틈이라는 것을.






바느질은 서두름을 허락하지 않는다.
실이 엉키면 처음부터 다시 풀어야 하고,
성급히 꿰매면 곧 벌어져 버린다.


삶도 같다.
빨리 잊으려 애쓸수록, 아물지 않은 틈은 더 깊어졌다.

오랫동안 나를 조급히 꿰매려 했다.
“괜찮다”는 말을 억지로 되뇌며, 금세 아물길 바라며 마음의 올을 세게 당겼다.
하지만 결국 찢어진 자리는 더 크게 벌어졌다.

그러다 깨달았다.
삶의 바느질은 느려야 한다는 것을.


가늘게 들린 위로의 목소리,
한밤에 혼자 남아 적은 서툰 문장,
기다려 준 시간들.
그 느리고 작은 바느질이 나를 조금씩 이어주었다.



바느질은 자국을 남긴다.
꿰맨 자리의 선은 감추려 해도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이 무늬가 된다.
상처가 흉터로만 남는 것이 아니라, 삶의 결을 따라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든다.



내가 살아온 흔적들도 그렇다.
찢어진 순간마다 꿰맨 자리들이 모여 지금의 내가 되었다.


그 자국이 있어 나는 버려지지 않았고, 여전히 살아 있는 옷처럼 오늘을 걸치고 있다.
이제 더 이상 상처를 지우려 하지 않는다.
그 대신 천천히 꿰매며 새로운 무늬로 받아들인다.


삶은, 그렇게 꿰맨 자리마다 또 다른 빛을 품어가는 것 같다.


바느질하는 하루는 회복하는 하루다.
찢어진 채 버려지지 않고, 이어져 다시 쓰임을 얻는 하루다.


나는 오늘도 마음의 실을 들어, 나를 꿰매고 있다.


상처는 가려야 할 흉터가 아니라, 살아 숨 쉬고 있음을 증명하는 무늬다.






"상처는 무늬가 되고, 무늬는 다시 삶이 된다."

by 숨결로 쓴다 ⓒbiroso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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