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뿌리와 가지의 오래된 가르침
가지마다 다른 이야기가 모여, 결국 한 그루의 인생이 된다.
길을 걷다 오래된 나무 한 그루를 만났다.
햇살에 반짝이는 잎사귀, 바람결에 흔들리는 가지, 그리고 보이지 않지만 땅속 깊이 내려앉은 뿌리까지.
그 나무는 많은 세월을 서서 버텨낸 듯, 기품이 있었다.
그 모든 것이 한 사람의 생애처럼 느껴졌다.
잠시 그늘에 기대앉아 바라보니,
나무는 묵묵히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듯했고,
문득 깨닫게 된다.
우리가 애써 배우려 애쓰는 삶의 진실이
이미 나무의 몸짓과 숨결 속에 있다는 사실을.
뿌리는 언제나 땅속 깊숙이 숨어 있어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 보이지 않는 뿌리가 있어
나무는 거센 바람에도 쓰러지지 않는다.
삶도 다르지 않다.
화려한 성취와 눈부신 순간들이 나를 빛나게 했지만,
결국 나를 지탱해 온 건 세상에 드러나지 않는 뿌리였다.
스스로 흘려보낸 눈물, 지켜낸 약속, 오래 붙들고 있던 믿음 같은 것들.
남들이 모르는 자리에서 나를 붙들어준 것이
결국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
나무는 말없이 그 진실을 알려준다.
가지들은 사방으로 뻗어 나간다.
어떤 가지는 곧게 하늘을 향해 치솟고,
어떤 가지는 담벼락에 막혀 비껴 흐른다.
어떤 가지는 상처로 껍질이 갈라지고,
어떤 가지는 새의 둥지를 품는다.
삶의 길도 이와 같다.
계획대로 곧게 뻗어가기도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돌아가야 할 때도 있다.
그 길이 빙 돌아가는 것 같아 보여도,
사실은 더 멀리 뻗어나가기 위한 또 다른 길이었다는 걸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된다.
가지마다의 사연이 모여 한 그루의 나무가 되듯,
웃음과 눈물, 실패와 기다림이 모여
결국 한 사람의 인생이 된다.
나무는 계절을 따라 꽃을 피우고, 잎을 키우고,
때가 되면 모두 내려놓는다.
앙상한 겨울을 지나 다시 봄이 오면,
그 자리에 새로운 싹이 돋는다.
내려놓음이 끝이 아님을,
상실이 다시 시작으로 이어짐을
나무는 몸으로 보여준다.
잃어버린 날들, 무너져 내린 관계,
손에서 떠나보낸 것들조차
사실은 더 깊은 뿌리를 내리는 시간이었다.
비워낸 자리에야 다시 피어날 수 있음을,
나무는 묵묵히 가르쳐준다.
나는 나무를 닮고 싶다.
흔들리되 쓰러지지 않고, 꺾이되 다시 일어서며,
계절을 통과해 살아가는 삶.
시간을 견디고, 상처를 품으며,
그 모든 흔적마저 한 그루의 결이 되게 하고 싶다.
언젠가 나도 누군가에게 조용히 그늘을 내어주는
나무가 되고 싶다.
그 곁에 서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말하지 않아도 많은 것을 전해주는,
오래 서 있는 나무처럼.
나무의 뿌리는 보이지 않지만, 가장 깊은 곳에서 삶을 지탱한다.
"언젠가 나도, 조용히 누군가에게 그늘이 되는 나무로 서고 싶다."
by 숨결로 쓴다 ⓒbiroso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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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바람이 머문 자리〉
스쳐갔지만 잊히지 않는 흔적들
〈머물던 자리, 흘러간 빛〉은 멈춘 듯한 하루에도 스쳐간 빛을 당신 마음에도 건네는 이야기입니다.
#삶의 비유 #나무의가르침 #뿌리와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