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감정은 흘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견디는 것
사람들은 자주 말한다. “그냥 흘려보내.”
하지만 감정은 물처럼 흘러가 버리지 않는다.
애써 흘려보내려 할수록 오히려 더 오래 남아
다시 돌아오는 것을 나는 수도 없이 경험했다.
감정은 강물이 아니라, 더 깊은 지층에 스며드는 빗물 같다. 흘려보낸다고 사라지는 게 아니라,
내 안 어딘가에서 단단히 스며들어 남는다.
감정을 견디며 알게 되었다.
견딘다는 건 결코 감정을 무시하거나 지우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정면으로 마주한 채,
그 감정이 내 안에 머물도록 자리를 내어주는 것이다.
불편하고, 무겁고, 고통스럽더라도
그 무게를 버리지 않고 함께 살아내는 것,
그것이야말로 견딘다는 말의 진짜 뜻이었다.
흘러가 버릴 감정이라면, 왜 이토록 선명히 기억되는가.
왜 나는 같은 상황에서, 같은 감정으로 다시 흔들리는가.
그건 감정이 나를 지나가는 게 아니라
나를 형성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견디는 동안 감정은 나의 무늬가 된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잊지 못하는지,
그 모든 것이 견딘 감정 속에서 드러난다.
고통스러운 감정을 견디는 동안
나는 자주 무너지는 듯했지만,
돌아보면 그 시간 속에서 단단해지고 있었다.
감정은 나를 흔들었지만,
그 흔들림을 견디며 뿌리가 자랐다.
견디는 시간은 사라진 시간이 아니라,
내가 나로 서는 시간이었다.
이제는 감정을 밀어내려 하지 않는다.
흘려보내는 대신, 함께 머무르며 살아간다.
견디는 동안, 감정은 내 안에서 익어간다.
그 익은 감정은 언젠가 다른 이름으로,
다른 형태로 내 삶을 지탱한다.
견디지 않았다면, 결코 알 수 없었던 방식으로.
나는 감정을 견디는 사람이다.
무겁지만 외면하지 않고,
때로는 숨 막히지만 끝내 품어내며,
그렇게 감정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 길 위에서 조금씩 알게 된다.
감정을 흘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감정과 함께 살아내는 사람이 된다는 것의 의미를.
by 숨결로 쓴다 ⓒbiroso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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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사라졌다고 믿었던 감정이 돌아왔다>
잊은 줄 알았던 감정이 어느 날 다시 올라오는 순간
《감정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감정을 흘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존재를 이루는 구조로 견뎌내는 방식을 기록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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