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설명되지 않는 감정은 사라진 게 아니다
우리는 종종 감정을 설명할 수 없을 때를 만난다.
분명히 가슴이 크게 흔들리는데,
입술은 멈추고 단어는 따라오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다'라고 착각한다.
그러나 언어가 붙지 않았다고 해서
감정이 사라진 건 아니다.
감정은 언어보다 먼저 태어난다.
아기는 말을 배우기 전에도 울고 웃는다.
몸짓과 표정, 떨림으로 이미 수많은 감정을 드러낸다.
말을 배운 이후에도 마찬가지다.
갑자기 눈물이 솟구쳐 오르는데,
그 눈물을 설명할 단어를 찾지 못할 때가 있다.
그 순간 감정은, 언어 이전의 방식으로 이미 살아 있다.
사랑이든 두려움이든, 단어로는 붙잡히지 않는 감정이 있다.
가슴이 두근거리는데 '좋다'라는 말은 너무 가볍고,
눈물이 차오르는데 '슬프다'라는 말은 터무니없이 좁다.
언어는 닿지 못하지만,
감정은 여전히 가장 선명하게 우리 안에 머문다.
우리는 모든 것을 설명하려 한다.
그러나 감정은 설명에 들어맞지 않을 때가 더 많다.
이를테면 같은 ‘슬픔’이라 해도,
누군가를 잃은 슬픔과 오래 기다린 끝에 오는 허무의 슬픔은 전혀 다르다.
하지만 언어는 둘 다를
그저 하나의 ‘슬픔’으로 묶어버린다.
그래서 말해지지 않은 감정이야말로
더 많은 진실을 품고 있는 경우가 많다.
감정은 언어로 줄이면 좁아진다.
단어는 감정의 그림자를 남기지만,
그 전체의 빛깔을 담아내지 못한다.
우리는 감정을 설명한다고 믿지만,
사실은 대부분을 흘려보내는 셈이다.
그래서 감정은 늘 언어 너머에서 살아남는다.
감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단지 언어를 배우지 못했을 뿐이다.
말해지지 않아도,
감정은 몸에 눈빛으로 침묵으로 남는다.
감정은 언어가 아니어도 증명된다.
존재가 아직 살아 있다는 방식으로.
여러분 안에,
아직 언어로 옮기지 못한 감정은 무엇인가요?
"말로 옮기지 못한 감정이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여전히 당신을 이루는 가장 진실한 증거입니다."
by 숨결로 쓴다 ⓒbiroso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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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침묵은 감정의 완성이다>
언어로는 끝내 담지 못한 감정의 결말
《감정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언어로 설명되지 않아도 여전히 살아 있는 감정을 기록하며, 그 존재의 결을 따라가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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