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 속에 멈춰 선 당신에게〉

#9 The Hermit (은둔자) - 고독은 빛을 찾는 시간

by 숨결biroso나

고독은 어둠을 견디는 동안

내 안의 등불을 켜는 시간이다.



사람들 틈에 서 있으면서도
홀로라는 감각에 사로잡힐 때가 있다.
시끌벅적한 소음 속에서도,
마음 한가운데는 깊은 고요만 남는다.

그 고요는 처음엔 외로움 같았다.
누구도 날 알아주지 않는 듯한 고립감.
그러나 오래 머물러 보니
그 고요 안에는 나를 향한 질문이 있었다.
“너는 지금 어디에 서 있니?”


그날, 눈앞에 펼쳐진 건

'The Hermit (은둔자)'라는 카드였다.




깊은 회색 산 위,
낡은 망토를 두른 노인이 홀로 서 있었다.


한 손의 등불은 크지 않았고,
그 빛은 금방이라도 꺼질 듯 희미했다.
멀리까지 비추지 못했지만,
발끝을 밝히기엔 충분했다.

그 장면은 내 안의 풍경과 닮아 있었다.
세상을 비추기엔 작아 보이는 불빛,


그러나 그 작은 불빛조차 없었다면
나는 한 걸음도 내딛지 못했을 것이다.

노인의 눈빛은 멀리 두지 않았다.
등불에 닿는 좁은 길 위,
그 작은 세상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이 문득,
'혼자이기에 더 선명해지는 눈'처럼 보였다.






나도 그런 시간을 지나온 적이 있다.
모든 관계가 끊긴 듯,
아무도 날 기다리지 않는 듯했던 시절.

처음엔 그 고독을 견디지 못했다.
무언가로 채워야 한다고,
채우지 않으면 사라질 것 같다고 믿었다.


그래서 끝없이 말을 늘어놓았다.
그러나 번잡한 시간 뒤에 남은 건
더 깊은 공허뿐이었다.

결국, 나는 그 저항을 멈췄다.
애써 달아나지 않고,
조용히 고독을 맞아들이기로 했다.

그제야 들려왔다.
내 안에서 오래 기다리고 있던 목소리 하나.
타인의 말에 묻혀 늘 흐려졌던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는 작았지만,
발끝을 밝혀주는 등불처럼 또렷했다.

그때 알았다.
고독은 나를 갉아먹는 시간이 아니라,
내 안의 소음을 잠재우는 시간이란 걸.


침묵의 자리에서야
비로소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들려왔다.


고독은 나를 버린 적이 없었다.
언제나 가장 안쪽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은둔자의 침묵은 오히려 이렇게 들려왔다


“혼자가 되는 순간이 너를 잃는 시간이 아니다.
그건, 진짜 너를 만나는 시간이다.”

빛은 어둠이 있어야만 드러난다.
고독은 그 어둠을 견디는 동안
내 안의 등불을 켜는 시간이 된다.

작은 등불 하나,
그것만으로도 나는 길을 찾을 수 있었다.


고독은 결핍이 아니라,
스스로를 다시 발견하게 하는 가장 깊은 시간이었다.



혼자라는 감각은, 결국 나를 만나는 초대이다.

by 《78개의 마음》 ⓒ biroso나.



다음화 예고
#10 Wheel of Fortune (운명의 수레바퀴)

삶은 멈추지 않고 돌고 있다.



이 글은 전통적인 타로 해석이 아닌, 카드가 건넨 상징(고독, 사색, 내적 탐구)에서 풀어낸 창작 에세이입니다. 감정을 기록하는 글이며, 타로를 몰라도 당신의 마음에 닿는 글입니다.

[타로상징 사색 에세이]
『78개의 마음』은 매주 화/토요일 타로카드에 담긴 상징으로 당신의 마음 한 장 펼치듯 찾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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