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38세 인생 첫 자취 한 달 차

by 체온

어쩌다 보니

만 나이 38세 늦은? 나이로 독립하게 된 나는

5평짜리 작은 복층 원룸에서 한 달차 나 혼자 살고 있는 중이다.

생각해 보면 20세 군인시절 부터 그토록 원했던 독립이다.

여러 가지 이유로 늦어졌지만 자취 한 달 차 현재는 만족하며 살고 있다.

돌이켜보면 한 달 사이 나에겐 은근한 변화가 생겼다.



첫 번째

나는 초침 소리가 시끄러워 아날로그 시계를 두지 않을 정도로 잠자리가 예민한 편인데 조금은 둔감해졌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왕복 6차선 대로변에 있는 10층 짜리 오피스텔 같은 건물 6층인데 창문을 닫아도 바깥의 자동차, 오토바이 소음은 창틈을 뚫고 들어온다.

낮엔 그렇다치고 잠자리에 들 조용한 새벽 시간이 되면 지나가는 버스나 오토바이의 소음을 정말 내가 도로에서 이불을 깔고 자는 기분이었다. 당장 쫓아가 폭발시켜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도무지 적응이 되질 않아 수면에 도움이 된다는 멜라토닌 성분이 함유된 제품을 먹고 잤다.

그런데 한 달이 지난 지금은 N 나이트 버스군... 아크라포빅 머플러 음이구나... 한다.


두 번째

먹는 것도 일이구나 싶다.

개인적으로 음식에 대해 욕구가 적은 편인데도 은근히 뭘 먹었는지 뭘 먹을지 신경쓰인다.

틈틈히 운동을 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예전엔 배만 차면 그만이지 했던 생각들이 조금이 바뀌고 있다.

난 쉽게 말해 초딩입맛이라 편식도 조금 있는 편이고 먹는 것만 먹었는데

이제는 안 먹어본 것, 새로운 것, 안 먹을 것 같은 것 들을 일부러 먹어보려고 한다.

경제적으로 넉넉해 매번 맛집을 찾아다닐 순 없지만 안 하던 것을 해보려는 생각과 시도가 이어진다.


세 번째

내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씩 알게 된다.

그중 나는 내 생각보다 깨끗한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됐다.

본가에 있을땐 잘 몰랐는데 혼자 살다 보니 더러운 걸 못 보겠다.

틈만 나면 청소를 한다.

누가 지켜보는 것도 아닌데 그냥 깨끗하고 정리된 느낌이 좋다.

마치 내 마음을 들여다 보고 있는 것처럼 방이 지저분하면 내 마음이 지저분한 것처럼 느껴진다.

가급적 항상 깨끗함과 청결함을 유지하도록 노력한다. 근데 이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 너무 귀찮다.

혼자 사는 것은 부지런해야 한다는 걸 깊이 깨달았다.

종종 그 동안 깨끗한 집(본가)에 살았다는 것에 대해 엄마에게 감사함을 느낀다.


네 번째

술이 더 늘어간다.

혼자 있으면 혼자 있다고 술 먹고 사람들 만나면 사람들 만난다고 술 먹는다.

술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지만 다음에...


다섯 번째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게 된다.

재택근무를 하는 나는 일하는 시간엔 일을 하고 일이 끝나면 뭐라도 한다.

그게 운동이 됐던 영화감상이 됐던 산책이 됐던 잠시 누워 쉬는 것 빼면 뭐라도 하려고 한다.

최근에는 미루고 미루고 미루었던 수영 강습을 등록했다.

3일 전 첫 수영 강습에서 킥 (발차기)를 배운 1회차 수린이다.

오수완! 생각하면 너무 웃기다.


그리고 출시때부터 알고 있었지만 잊고 있었던 브런치에 글을 써보는 것도 시작한 것이다.

쉰다는 느낌을 받지 않고 그냥 아무 생각없이 시간을 허비하는 것이 아깝게 느껴지고 있다.

이것은 평소 웰 다잉(well dying)에 대해 고민하던 것이 더해져 그런 것 같다.

하루하루 조금은 바쁘게 느껴지지만 아직까진 바쁘게 살고 싶다.


대략 한 달 간 나의 변화를 요약해봤다.

그리고 새로운 시도에 대한 일환으로 앞으로 생각나는 것들을 브런치에 써볼 생각이다.

아직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