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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이 Apr 27. 2022

도심에서 만나는 들꽃들

도시에서 만나는 들꽃들     

 길을 걷다가 인도의 구석진 곳이나 보도블록 사이에서 꽃을 핀 들꽃들을 만났다.  노랑선씀바귀와 민들레, 뽀리뱅이, 지칭개, 개미자리 등. 누가 관리해주지도 않았을 텐데 어쩜 저렇게 풍성하게 꽃을 피울 수 있었을까? 대견하기만 했다.  자동차들이 쉴 새 없이 쌩쌩 지나다니고, 먼지와 매연이 날려서 식물이 살기엔 척박한 곳인데도 씩씩하게 웃고 있는 들꽃들이 신기하기만 했다. 거기에다 더 신기한 일은 도시생활을 하고 있는 귀한 토종민들레인 흰민들레도 만났다는 것이다.

 가게 입구를 살짝 비껴서  노랑선씀바귀가 한 아름 무더기로 피어 있다.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곳이었을 텐데 좁은 틈 사이에 먼지들이 켜켜이 쌓여 노랑선씀바귀가 씨앗을 발아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는지 어느새  잘 자라서 꽃을 피워놓고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어쩜 좋은 흙이 담겨 있는 화분에 꽃들 보다도 더 예쁠까?’ 걸음을 저절로 멈추게 한다.

노랑선씀바귀는 어떻게 여기에서 자리를 잡았을까? 그동안 별로 눈에 띄지 않았었는데 언제 저렇게 커졌지? 또 어쩜 저렇게 꽃송이들을 많이 피었을까? 참 부지런도 하지. 궁금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노랑선씀바귀 생육환경은 건조한 길가를 좋아하고, 가을에 싹이 나서 겨울을 지내는데 바닥에 바짝 붙어서 로제트형으로 자라면서 지열을 이용해서 살아간다. 햇볕이 따뜻해지기 시작하면 자라다가 원줄기 끝에 편평 꽃차례에 20여 개정도 꽃이 달린다. 꽃잎은 노란색이고 수술 꽃밥 색이 검다. 열매가 익으면 짧은 관모가 달려있어 바람에 자유롭게 날아다니며 번식을 한다.      

흰민들레가 보였다.  바쁜 길을 가다가도 새로운 들꽃을 만나면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마법이 있다. 특히 쉽게 볼 수 없는 들꽃을 만났을 때에는 눈이 번쩍 떠지며 그 자리에서 한참 동안 서성이게 한다.

길에서 많이 만나는 들꽃은 서양민들레이고, 그중에서도 거의 99.9%로 노란색인 서양민들레를 볼 수 있다. 그런데 오늘 운 좋게도 우리나라 토종민들레인 흰민들레를 만난 것이다. 사람들의 발길에도 잘 견뎌내며, 건제하게 자라서 하얀 꽃을 피어 내 눈에 띄었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네가 왜 여기에 있지?’ 어떻게 여기에서 자리를 잡았지? 어디서 왔니? 쉴 새 없이 말을 걸어 본다. 토종민들레를 만나니 참 행운도 이런 행운이 없다고 생각하면서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제일 먼저 꽃 뒤를 젖혀서 살펴본다. 꽃을 감싸고 있는 총포 조각이 뒤로 젖혀있는지 붙어있는지 보기 위해서다.  다행히 뒤로 젖혀있는 것은 보이지 않고 가지런히 총포를 어루만지듯 붙어있는 모습이었다.  다행이었다. ‘너 정말 우리 토종이 맞는구나!’ 반갑고 흐뭇해져서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간다.     

 서양민들레가 옆에 있어서 비교해보니 토종민들레의 잎은 보다 연녹색을 뗬다. 그리고 잎의 거치는 거의 가지런하고 규칙적이었다. 꽃대는 길가의 특성상 길지 않았고, 거의 지고 있는 모습이었다.  총포를 감싸고 있는 갈래 조각이 가지런하게 위를 향해 있으며 끝에 갈색의 돌기를 달고 있었다. 또 꽃의 개수를 살펴보았는데 곁에 있는 서양민들레는 피고 지고 한 흔적이 많이 있는 것과는 다르게 단 한 송이만을 있었다. 앞으로 많이 꽃을 피울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자주 오가며 관심을 갖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가수분을 하는 서양민들레와 다르게 토종민들레는 타가수분만을 고집하고 있어 같은 토종민들레의 꽃가루만 받아들인다고 들었다.  그래서 서양민들레와 경쟁에서 뒤처지는 결과를 낳았다고 한다.  서양민들레가 가장 자가수분을 활발하게 하는 시간은 꽃이 지는 저녁이라고 한다.  해가지면 꽃받침이 오므라들어 암술과 수술이 활발하게 자가수분을 이루어진다고 한다. 그나저나 도심 한 복판에서 어떻게 짝을 찾아서 수분을 해야 하나 토종민들레가 걱정이 되기도 했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민들레를 살펴보다가 노랗게 꽃을 핀 고들빼기도 만났다.  봄이면 로제트형으로 예쁘게 자라다가 줄기가 쑥쑥 자라서 작은 노란 꽃이 많이 달리는데, 노랑선씀바귀와 비슷해서 자꾸 헷갈리는 들꽃이었다.

고들빼기는 김치로 담가먹고 있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식재료이다. 하지만 길가에서 꽃으로 만나면 알아보기 어려움이 있어 차이점을 정리해보면 첫 번째로, 고들빼기는 잎의 끝이 둥그스름하며 바닥에 딱 붙어서 자란고, 노랑선씀바귀는 잎의 끝이 뾰족하고 하늘거리며 뿌리에서 뭉쳐 나와 서있는 모습으로 자란다. 두 번째로 줄기잎의 모습인데, 고들빼기는 잎 저가 줄기를 감싸 안았고, 노랑선씀바귀는 줄기를 감싸지 않는다는 점이 다르다. 세 번째는 꽃술의 색깔이다. 고들빼기는 꽃술의 색깔이 노랗고, 노랑선씀바귀의 꽃술이 검은색을 띠고 있다는 것이다.     

노랑선씀바귀 씨앗 한 움큼 받아두었다가 버려둔 화분에 뿌려두면, 내년 따사로운 봄날 화분 가득히 피어있는 노랑선 씀바귀꽃들을 선물처럼 만나지 않을까 생각을 하면서 길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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