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문학상 아동문학 부문 수상작
이제 우리는 올림푸스산 아래에서 모래 폭풍이 그치기를 기다리고 있다. 모래 폭풍은 사흘쯤 지나자 잠잠해졌고, 산 정상에선 빛나는 무언가가 모습을 다시 드러냈다. 그건 여러 기체가 뭉친 구름 덩어리 같기도 했다. 이번에는 나만 본 게 아니라 4호도 보았다. 우리는 함께 산을 올랐다. 올림푸스산 위에는 마리네리스 협곡에서 본 것보다 훨씬 더 신비로운 풍경이 펼쳐져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함께 정상을 향해 첫걸음을 뗐다.
올림푸스산은 화성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산은 오르고 또 올라도 정상이 보이지 않았다. 등반하는 도중에 내 바퀴다리가 날카로운 돌에 찔려 다리가 크게 휘어져 버렸다. 굴러떨어진 돌도 피하지 못해 현미경마저 부서져 버렸다. 나는 휘어진 다리 때문에 예전만큼 빠르게 걸을 수 없었고, 현미경으로 주변의 돌과 모래 성분을 분석해 위험을 감지할 능력도 잃었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었다. 올라온 거리만큼 내려가는 길도 험난할 테니까. 해가 뜨면 오르고, 바람이 강하면 숨고, 밤이 되면 쪽잠을 자고, 그렇게 99일 동안 산과 싸우다 마침내 정상에 다다랐다. 정상에는……, 빛나는 동굴이 있었다! 빛은 태양 빛이 아닌 동굴 안에서 새어 나오는 빛이었다. 그것도 아주 강하고 큰 빛이어서 사진을 찍어도 하얀 빛밖에 보이지 않았다. 4호는 빛나는 동굴을 보며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나는 기쁨에 차서 말했다.
“우리가 대단한 걸 찾았다. 어서 가보자, 빨리.”
내가 급히 동굴로 들어가려 하자 4호가 재빨리 내 앞을 가로막았다.
“함부로 들어갈 수는 없어.”
“그렇다고 여기까지 와서 안 들어가? 어서 가보자.”
내가 다시 앞장서자 4호가 또다시 내 앞을 가로막았다.
“지금 네 꼴을 봐. 현미경은 망가졌고 다리도 예전만큼 빠르게 걷지 못해. 또 다친다면 정말 큰일 날 수 있어.”
4호의 말이 맞았지만 이런 멋진 곳을 탐사하지 않고 포기할 수 없었다. 4호를 무시하며 가려 하자 4호가 팔까지 휘두르며 못 가게 막는다.
“3호야, 그럼 내가 먼저 들어갔다 올게. 넌 여기서 기다려.”
“뭐? 그게 말이 되냐?”
“내가 너보다 훨씬 빠르고 현미경도 있어서 위험 물질을 금세 파악할 수 있다고.”
“싫어. 같이 가.”
4호가 한숨을 푹 쉬더니 갑자기 나를 확 밀쳤다. 나는 뒤로 넘어져 버렸다. 넘어진 몸을 다시 일으키려면 복구 파일을 작동시켜야 해서 5분 이상 걸린다. 나는 버둥거리며 소리를 질렀다.
“야, 너 뭐야?”
“너 다시 일어설 때까지 갔다 올 테니까 꼼짝 말고 기다려.”
4호는 동굴로 들어갔다. 동굴 속 환한 빛이 4호를 에워쌌다.
이미 5분이 지났다. 기다렸다. 6분, 7분, 10분, 15분……, 시간은 자꾸 가는데 4호는 아직도 돌아오지 않고 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날씨는 급격히 안 좋아졌다. 바람이 거세다. 안 되겠다 싶어 동굴로 한 발자국 내디뎠다. 그때였다.
“우르르 쾅쾅!”
모래 폭풍이다! 하늘이 무너지듯 정신없이 바람이 휘몰아쳤다. 나는 흔들리는 땅 위에서 정신을 잠깐 잃었다. 그리고 일어났을 때 동굴은 보이지 않고 거대한 모래 언덕이 앞에 놓여 있었다, 마치 동굴이 없었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