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 위 소고기보다 소중한 것
아이를 키우다 보면, 몸이 다쳤을 때는 금세 알 수 있다.
넘어져 무릎이 까지면 피가 나고, 멍이 들면 색깔이 변한다.
열이 나면 체온계가 숫자로 보여주고, 기침 소리가 귀에 바로 들린다.
몸의 아픔은 눈에 보인다.
그래서 금세 반창고를 붙이고, 약을 먹이고, 병원에 달려간다.
그런데 마음은 다르다.
마음은 다쳐도 피가 나지 않는다.
숫자로도, 소리로도 드러나지 않는다.
아이가 속상해 울다 금세 웃어도, 그 마음의 잔상은 오래 남아 있다.
마음의 상처는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놓치기 쉽고, 때론 모른 척하기도 한다.
나도 종종 실수한다.
조급하게 다그치거나, 피곤하다는 이유로 차갑게 대답한다.
아이 눈빛이 순간 흔들리지만, 금세 다른 장난으로 덮이고 만다.
겉으론 아무렇지 않아 보여도, 마음 깊은 곳에 작은 흠집이 생겼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요즘은 다시 생각한다.
굳이 매 끼니마다 반찬에 소고기를 얹어주고,
비싼 장난감을 사주는 것이 사랑의 전부는 아니다.
오히려 아이들이 가고 싶어 하는 곳, 좋아하는 곳을 물어보고 데려가 주는 것이
아이 마음에는 더 크게 남는다는 걸 알았다.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며 바람을 가르는 순간,
동네 산책길에서 민들레 씨앗을 불며 까르르 웃는 순간,
아이스크림 가게 앞에서 작은 손가락으로 맛을 고르며 눈을 반짝이는 순간.
이런 사소한 경험들이야말로, 눈에는 잘 보이지 않아도 아이 마음을 단단하게 채워주는 사랑이다.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도 그렇다.
엄마인 나 역시 마음이 다쳐도 겉으로 티가 나지 않을 때가 많다.
“괜찮아”라고 말하면서 속으로는 울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이 말을 떠올린다.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요즘은 조금 다르게 살피려 한다.
무릎에 난 상처보다, 아이의 표정에 남은 그늘을 먼저 보고,
열이 난 체온계 숫자보다, 아이 마음의 온도를 먼저 느끼려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을 더 오래 안아주는 것.
그게 부모로서, 사람으로서 내가 배워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