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스럽고도 얄미운, 아이의 한 수
“엄마 루다는 할비보다 엄마가 더 좋아,
할비가 더 좋을 리가 없잖아.”
태어나 처음 들어 본 말.
세상 모든 아이들이 조부모를 사랑하겠지만,
우리 첫째 딸의 조부모 사랑은 유별나다.
특히 그중에서도 할아버지.
처음 태어났을 땐 낯선 남성 어른이 두려운지
할아버지만 보면 울던 때가 있었는데,
짧은 그 시기를 지나 어느 순간 ‘할비 껌’이 되어버렸다.
아침에 일어나면
“엄마, 우리 오늘 뭐 할까? 할아버지 보러 갈까?”
카시트 벨트에서 손을 빼서 다시 넣으라 해도
“응, 알겠어. 루다가 팔 빼면 할아버지 속상해.”
잠자리에 들 때도
“할아버지랑 잘래.”
엄마가 좋아 할아버지가 좋아?
"할아버지!!!!!"
이제 집에 가자 하면
가기가 싫어 세상이 떠내려가라 우는 우리 큰아기.
내가 제일 사랑하는 내 부모님을
나의 딸들도 사랑하니 더없이 좋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속상했던 게 사실이다.
원래 이 시기 아이들의 세상은
부모님이 아니던가?
그런 내 딸에게 처음 들어 본 말.
“엄마가 더 좋아.”
순간, 누가 내 눈에 버튼을 누른 것처럼
따뜻한 스팀 온기가 차올랐다.
“루다가 그렇게 말해줘서,
엄마가 더 좋다고 말해줘서
엄마는 지금 너무너무 행복해서 눈물이 나네?”
엄마의 말에 만족스러웠는지
배실배실 웃던 내 딸의 이어지는 한마디에
나는 ‘당했구나’ 하고 이마를 탁 칠 수밖엔 없었다.
“응! 그러니까 오늘은 루다랑 루리랑 엄마랑 같이 자고,
내일은 할아버지랑 자러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