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어가는 마음
오늘 끓인 미역국보다 내일 한 번 더 끓여 먹는 미역국이 더 맛있고,
또 하루 더 지난 미역국은 더 깊고 진해진다.
시간이 스며들어 국물은 더 묵직해지고, 감칠맛은 고요하게 퍼져 나간다.
나는 사실 미역국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매번 생일날마다 끓여 먹는 그 국이, 나에겐 특별하기보단 그냥 하나의 의식처럼만 느껴졌었다.
하지만 아이를 낳고 산부인과에서 마주한 그 한 그릇의 미역국은 달랐다.
맛없기로 소문난 병원밥이었는데, 이상하게도 그날은 진짜 맛있었다.
뜨끈한 국물이 몸속 깊이 스며들며 눈물이 핑 돌았다.
아마도 그건 미역국의 맛이 아니라, 나에게 스며든 시간의 맛이었을 것이다.
하루 이틀, 그리고 또 하루…
국물이 끓을수록 진해지듯
내 마음도 아이를 향한 사랑으로 진득해져 갔다.
산통의 여운이 아직 가시지 않은 새벽, 병실 식탁 위에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그저 미역국 한 그릇이었는데,
뜨거운 국물이 목을 타고 내려가자 묘하게도 모든 감정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눈물이 맺히고, 가슴이 먹먹했다.
그건 단순한 국물이 아니라 ‘엄마가 된 첫 순간’의 온기였다.
미역국이 두 번 끓여야 맛이 깊어지듯,
엄마라는 이름도 하루아침에 완성되는 게 아니었다.
처음엔 서툴고 낯설었지만, 하루하루 다시 끓여낸 시간 속에서
사랑은 깊어지고, 나도 단단해졌다.
이제 미역국을 한 숟갈 떠먹을 때마다
그날의 공기, 그날의 눈물, 그날의 떨림이 되살아난다.
미역국은 더 이상 미역국이 아니다.
그건, 나를 ‘엄마’로 끓여낸 시간의 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