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 싶은데, 쓰기 싫은 날

말을 아끼게 되는 마음에 대하여

by 루루맘

요즘은 글을 쓰는 일이 유난히 귀찮다.

손이 아픈 것도 아니고, 시간이 없는 것도 아닌데

마치 마음 어딘가가 굳어버린 것처럼

아무 말도 쉽게 나오지 않는다.


예전에는 쓰지 않으면 숨이 막힐 것 같았는데

요즘은 쓰지 않아도 하루가 그냥 흘러간다.

그게 조금 무섭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지나가는 하루가.


할 말이 없는 건 아니다.

오히려 너무 많아서

어디서부터 꺼내야 할지 몰라

입을 다물게 된다.


비슷한 이야기, 비슷한 감정.

또 꺼내면 나 스스로도 지겨워질까 봐

‘이건 이미 썼잖아’

‘또 그 이야기잖아’

먼저 나를 말린다.


그래서 요즘의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쪽을 선택한다.

말하지 않으면 상처받지 않으니까.

쓰지 않으면 실망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이 귀찮음의 밑바닥에는 지침이 있다.

잘 써야 한다는 피로,

의미가 있어야 한다는 압박,

누군가에게 닿아야 한다는 기대.


그 모든 걸 잠시 내려놓고 싶을 뿐이다.

아무도 읽지 않아도 되는 글,

아무 쓸모도 없는 문장.

그냥 오늘의 나를 확인하는 정도의 말.


그럼에도 이렇게 적고 있는 걸 보면

나는 아직 완전히 멈춘 건 아닌가 보다.

귀찮다고 말하면서도

결국 다시 문장을 열고 있는 걸 보면.


오늘은 잘 쓰지 않아도 괜찮다.

오늘은 깊지 않아도 괜찮다.

그냥 여기까지 왔다는 사실만으로

오늘의 나는 충분하다.


이 글은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한 이야기가 아니다.

다만,

사라지지 않기 위해 남긴

하루의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