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하지 않은 쪽으로 나를 부르던 시간
나는 늘
충분하지 않은 쪽으로만
나를 부른다.
아직이라고,
모자라다고,
더 해야 한다고.
잘 해낸 날보다
놓친 장면을 먼저 떠올리고,
괜찮았던 하루보다
부족했던 나를 오래 본다.
꽤 오래 써온
수필 같은 육아일기를
잠시 멈춘 지
조금 되었다.
완전히 멈춘 것은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여전히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으니까.
다만 요즘은
일이 조금 바빴고,
나를 위한 시간이 조금 늘었고,
조금 더 자란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길어졌다.
예전의 나는
시간을 붙잡고 살았다.
하루를 남기지 못하면
그 하루가
사라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멈춘 날들을
빈칸이라 불렀고,
쓰지 못한 시간들을
빠뜨린 기록이라 여겼다.
일기를 밀리면
며칠 치를 한꺼번에 썼다.
개학을 앞둔 초등학생처럼,
누군가에게
검사를 받아야 할 것 같은
마음으로.
요즘의 나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시간을 대한다.
모든 순간을
문장으로 남기지 않아도,
모든 날을
기록으로 증명하지 않아도
시간은 제 몫을 다해
흘러가고 있다는 걸
이제는 안다.
글이 없는 날에도
하루는 지나갔고,
기록하지 않은 순간에도
추억은 생겼다.
나는 쓰지 못한 날들을
지워버리지 않는다.
그저
조용히 지나가게 둔다.
길지 않은 시간 안에
문득,
머릿속이
차가운 아이스크림을
한입 베어 문 것처럼
찡하게 울려올 때
그때가 오면
나는 다시
펜을 들 것이다.
서두르지 않고,
검사받지 않듯이.
그래서 나는
이쯤에서
나를 놓아둔다.
나는 인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