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보다 너희의 얼굴

아기 없는 삶은 전생과 같다더니

by 루루맘

아기 없는 삶은 전생과 같다더니
나는 이제
내 얼굴보다
너희의 얼굴을 더 오래 기억한다.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 내가 어떤 얼굴로 하루를 버틸지보다
너희가 어떤 얼굴로 눈을 뜰지가 먼저 떠오른다.


잠결에 찡그린 얼굴,
아무 이유 없이 웃다가
금세 울음으로 바뀌는 얼굴.


그 얼굴들을 하나씩 보고 나면
하루는 이미 시작돼 있고
나는 그 안으로 들어가 있다.


거울을 보는 시간은 점점 줄어든다.
언제 마지막으로
내 얼굴을 제대로 본 적이 있었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대신 나는
너희 얼굴의 작은 변화를 외운다.
어제보다 조금 달라진 눈빛,
오늘은 유난히 오래 머무는 표정.


누군가 “요즘 어때?” 하고 물으면
잠깐 생각하다가
“애들은 잘 지내”라고 말한다.


그게 틀린 말은 아니다.
내 하루는
거의 다 너희 얼굴로 이루어져 있으니까.


나는 오늘
몇 번이나 너희를 안았는지는 기억하면서도
그때 내가 어떤 표정이었는지는
잘 떠올리지 못한다.


웃었는지,
참았는지,
아슬아슬했는지도
모르겠다.


다만 분명한 건
너희를 바라보는 순간마다
나는 조금씩 뒤로 물러나 있었고,
그게 생각보다 힘들지는 않았다는 것.


그래서 요즘은
내 얼굴을 잘 모른다.
대신
너희 얼굴은
하루가 끝나도 선명하다.
그걸로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