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의 우리

미처 고맙다고 말하지 못했던 시간들

by 루루맘

첫째가 갓 신생아 시절을 지났을 때,

남편은 많이 바빴다.


타지역으로 출장을 가는 날도 잦았고,

툭하면 새벽까지 야근을 했다.


그땐 나도 처음 아이를 키울 때라

아무 요령도 없었고

아이가 잘 때 쉬는 법도,

제대로 밥을 먹는 법도 몰랐다.


하루 종일 그 순하디순한 아이를 안고 지내다

배가 고파 라면이라도 먹을까 말까

고민만 수십 번.


그래, 먹자.

냄비에 물을 올리고 라면이 다 익을 즈음이면

어김없이 아이는 깨서 울었다.


놀러 나간 것도 아니고

일하러 밖에 나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그 시절의 나는

남편이 유난히 야속했다.


뒤돌아 생각해보면

매일 꼭두새벽같이 출근해

타지역까지 출장을 다니던 남편은

늦은 새벽까지 일하면서도

단 한 번도 회사에서 자고 온 적이 없었다.


졸린 눈을 비비며 집으로 돌아와

밤중에 먹은 아이의 젖병을 씻어두고,

지친 나를 대신해

무거워진 눈꺼풀을 들어 올리며

새벽 수유를 도맡았다.


혹시라도 아이가 울까 봐

몇 시간 못 자고 출근해야 하는 날에도

곤히 잠든 아내 대신

아이를 안고 조용히 달랬다.


이제 와 돌아보니

그 시간이 조금 많이 아쉽다.


조금만 더 다정하게 대해줄 걸.

너무 예민하게만 대한 것 같아서.


나만큼,

아니 어쩌면 나보다 더 힘들었을 너에게

고맙다는 말 한 번 없이

지나온 그 시간이.


힘든 바깥일보다

더 야속했을 아내였을 텐데도

“일하느라 고생했어”

그 한마디에 남편은

“하루 종일 애기 보느라

자기가 더 고생했지”라며

위로로 답해주었다.


그래서 그 시간을

버틸 수 있었나 보다.


아직 끝이 보이지 않는

육아의 길 위에 서 있지만,

그래도 네가 있다면

이제는 조금 더 여유 있게,

조금 더 즐겁게

이 길을 걸어갈 수 있을 것 같아

그래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