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감 좀 치워라”를 내가 말하게 될 줄이야

광고 끝나면 싸우는 집에서, 나는 오늘도 엄마가 된다

by 루루맘

엄마한테 듣던 말을
그대로 내가 하고 있다.


“장난감 좀 치워라. 이게 거실이야 돼지우리야?”
“그만 좀 싸워. 눈만 뜨면 왜 그렇게 싸우니?”


어릴 땐 몰랐다.
그 말들이 그렇게 자주 필요할 줄은.


요즘의 나는
하루 종일 같은 말을 복사해서 붙여 넣는 사람이다.


“밥 먹을 때는 앉아서 먹어.”
“그거 입에 넣지 마.”
“뛰지 마, 넘어져.”
“지금 방금 치운 거야… 왜 또 이래.”


그리고 집안을 둘러보며 중얼거린다.
지금 방금 치웠는데도
누가 리셋 버튼을 눌러 놓은 것 같다.


아이들은 또 참 신기하다.
방금까지 세상 제일 친한 사이처럼 웃으며 놀다가도,
조용해졌다 싶으면 곧 울음이 터진다.


“왜 싸워?”
물으면 돌아오는 대답은 늘 같다.
“언니가/쟤가 그랬어.”


결국 나는 말한다.
“방금까지 잘 놀더니 광고 끝나고 싸우는 드라마야 뭐야.”


이 말을 내 입으로 하고 있는 순간,
문득 깨닫는다.


아, 이 톤…
이 리듬…
이거 완전 우리 엄마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일어나~ 늦어~”로 시작해서


“양말 뒤집어 벗지 마.”
“손 씻고 와.”
“물은 컵으로 마셔.”
“소파에서 뛰지 말랬지.”


그리고 밤이 되면
“이제 그만 자자…”
이 한 문장을 몇 번이나 반복한다.


책은 한 권만 읽자고 해도
어느새 세 권째가 되고,
이제 진짜 마지막이라고 말하면
그때부터 물을 찾고, 화장실을 가고, 안아 달라고 한다.


가끔은 내 목소리에 놀란다.
억양도, 타이밍도, 심지어 한숨 쉬는 방식까지
어릴 적 우리 엄마랑 너무 똑같아서.


분명 나는
절대 저렇게 안 해야지 했었는데.


아이들 뒤를 쫓아다니며
장난감을 발로 밀어 한쪽에 모으고,
엎질러진 물을 닦으며
작게 중얼거린다.


하… 엄마도 이랬겠지.


그제야 알 것 같다.
그 말들은 잔소리가 아니라
집을 굴러가게 하는 배경음 같은 거였다는 걸.


누군가는 계속 말해줘야 하고,
누군가는 계속 치워줘야
하루가 겨우 다음 장면으로 넘어간다는 걸.


오늘도 나는 말한다.


“장난감 좀 치워라.”
“그만 싸워라.”
“뛰지 마라.”


그리고 속으로 한 줄을 더 붙인다.


엄마,
그때 정말 힘들었지?


…근데 나도 지금 꽤 힘들다.
그래도 웃기게도,
이게 싫지만은 않다.


이 소란스러운 집 한가운데에서
나는 오늘도
엄마가 되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