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 머물러 있는데, 아이는 자꾸 나를 앞질러 간다
언제 이렇게 컸는지 모르겠다.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내 품 안에서만 웃던 아이였는데.
요즘은 자꾸
내가 모르는 마음을 꺼낸다.
곧 소풍이라며 들뜬 얼굴로
좋아하는 친구 이야기를 쏟아내던 너에게
괜히 하나를 끼워 넣어 물었다.
“ㅇㅇ이도 좋아?”
며칠 전,
너를 울렸던 그 아이.
나는 아직도 그 장면이 선명한데
너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좋아!”
그래서 또 물었다.
“아프게 했는데도 좋아?”
잠깐 생각하던 너는
너무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엄마, 친구는 모두 사이좋게 지내는 거야.
미워서 그런 거 아니야.”
…
그 말을 듣는 순간
이상하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나는 아직도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을 오래 붙잡고 있는데
너는
이미 지나간 일을
그 자리에 두고 오는 법을 알고 있었다.
오늘 아침,
“엄마는 누가 제일 좋아?”
하고 묻는 너에게
나는 아무 고민도 없이 말했다.
“엄마는 루다랑 루리가 제일 좋아.”
그리고 괜히 덧붙였다.
“나중에 커서도, 엄마는 너희가 제일이야.”
그 말이
너를 안심시키기 위한 건지,
나를 위한 건지
잘 모르겠으면서.
너는 환하게 웃더니
“나도 엄마 제일 사랑해!
사탕도 많이 사줄게!”
하고 말하다가
엄마, 아빠, 루리, 할머니, 할아버지…
그리고 이름이 기억나는 모든 존재를
작은 손가락으로 하나씩 세기 시작했다.
하나도 빠뜨리지 않겠다는 표정으로.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웃으면서 보고 있었는데
왜인지
가슴 한쪽이 조금 시렸다.
나는
사랑에도 순서를 매기고 있었는데
너는
그저 전부를 사랑하고 있었다.
오늘 내가 만난 너는
어제보다 더 큰 아이였고,
나는 어제와 크게 다르지 않은 엄마였다.
그래서인지
조금 부끄러웠다.
그래서 오늘은
조금 다르게 기억해보려 한다.
아이가 나를 닮아가는 하루가 아니라
내가 아이를 닮아가야 하는 하루였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