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집 주방에서는 붉고 맑은 ‘마법’이 끓고 있습니다. 디톡스에 좋다고 알려진 ‘마녀수프’ 혹은 ‘토마토스튜’, ‘양배추수프’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는 이 음식은 저에게 단순한 다이어트나 건강식 그 이상입니다.
매일 저녁, 온 가족이 둘러앉아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한 그릇을 나눌 때마다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솥에 가지런히 담긴 양배추, 토마토, 셀러리, 파프리카, 양파까지… 각기 뚜렷한 색과 향을 자랑하던 채소들은 팔팔 끓는 물속에서 차츰 자신의 날카로움을 접습니다.
아삭아삭하던 양배추는 어느새 부드럽게 숨이 죽고, 새콤함이 강했던 토마토는 깊은 단맛을 내며 국물에 스며듭니다. 서로 다른 재료들이 점점 하나로 어울려가며 결국에는 멋진 맛을 완성해 가는 모습, 이 광경을 보고 있자면 문득 우리 인생과 닮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족 또한 마찬가지 아닐까요?
서로 생각도 감정도 성격도 달라 가끔은 부딪치고, 또 기대기도 하면서 함께 익어갑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는 조금씩 진짜 ‘우리’가 되어갑니다.
뚝배기 속 채소들이 각자의 영양을 내어 건강한 식탁을 완성하듯, 가족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사랑과 정성이 모여 우리 삶을 든든히 채워주는 힘이 됩니다.
어느 순간, 김이 서린 마녀수프 냄새를 맡으며 생각합니다. 겉으로는 잘 보이지 않지만, 제가 이 뜨거운 한 그릇에 담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요?
어두운 밤, 혼자 불안함에 잠 못 이루는 아이에게, 지친 하루를 견딘 아내에게 말없이 건네는 이 한 그릇에는 단순한 영양만 들어 있는 것이 아닙니다.
꿋꿋이 가족의 울타리가 되어주고, 때로는 따뜻하게 꾸짖으며, 때로는 말 없는 격려로 그들을 보듬는 제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마치 든든한 ‘아빠’처럼, 또는 온 세상을 감싸 안는 ‘엄마’처럼, 제가 대접하는 이 따뜻한 ‘영혼의 수프’가 곧 그 한 그릇이라고 느낍니다.
우리가 아무리 어른이 되어도, 때로는 인생의 매운맛과 짠맛에 지치고 예상 못 한 시련에 휘청이기도 합니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어딘가 기대 쉴 곳, 다시 힘을 내게 해 줄 따스한 ‘영혼의 수프’가 필요해집니다.
그 수프는 아빠의 정성 어린 밥 한 술일 수도 있고, 배우자의 조용한 공감일 수도, 친구의 진심 어린 위로 한마디일 수도 있습니다. 어떤 모습이든 결국은 마음을 토닥이고, 다시 살아갈 힘을 주는 사랑의 연대임을 알게 됩니다.
오늘도 저는 큼직한 솥단지에 마녀수프를 끓입니다. 냄비 가득 채워진 채소처럼, 우리 가족의 삶도 사랑과 이해로 더 깊고 든든해지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인생의 수프는 때론 달콤하고 때론 쌉싸래하겠지만, 결국엔 마음을 위로하는 너른 따뜻함을 담고 있습니다. 서로의 존재만으로도 온기가 되고 위로가 되는 삶, 저 역시 그런 삶을 꿈꿉니다.
오늘 이 한 그릇의 수프가 당신 하루에도 따뜻함과 위로를 전해주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당신 곁에도 ‘영혼의 수프’가 되어줄 소중한 이가 늘 함께하기를 함께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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