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셨나요? 제가 자유의 여신상을 사라지게 했습니다!”
유유히 사라지는 자유의 여신상, 허공을 걷는 마이클 잭슨, 그리고 그 모든 환상 뒤엔 세기의 마술사 데이빗 카퍼필드가 있었습니다. 텔레비전 화면 속 그의 손짓 하나에 우리는 숨을 멈추고, 현실에선 결코 일어나지 않을 일들을 두 눈으로 보며 완전히 빠져들곤 했죠.
마술이란 가끔 우리에게 잠시나마 달콤한 거짓말을 건네는 예술인지도 몰라요. 의심 없이 펼쳐지는 환상 앞에서 우리는 마음을 활짝 열고, 아이처럼 “우와!” 하고 감탄하게 됩니다.
눈앞에서 사라지는 비둘기, 텅 빈 모자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꽃다발…. 그 찰나의 순간에 세상의 근심 걱정은 저만치 밀려나고, 우리는 오로지 놀라움 속에 푹 빠지게 되죠. 그때 터져 나오는 작은 탄성들이야말로 마술사에게 주는 최고의 박수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호기심이라는 녀석은 언젠가 꼭 그 비밀을 파헤치고 싶어 하죠.
“도대체 어떻게 했을까?”
이렇게 눈을 가늘게 뜨고, 마술사의 손끝을 조심스레 쫓다 보면, 어느새 환상은 조금씩 흐려집니다. 섬세한 손놀림, 영리한 속임수, 치밀하게 숨겨진 장치들…. 이 모든 실체를 알아채는 순간, 그 짜릿하고 벅찼던 “우와!”는 싸늘한 이해와 함께 조금은 아쉬운 마음으로 바뀌어요. 마술이 ‘기술’로 보이는 순간, 그 특별했던 감동도 함께 사라지는 것만 같습니다. 순수했던 경이로움이 지나가고 나면, 마음 한편에는 작은 허전함이 남게 마련이죠.
가만 돌아보면, 우리 삶도 그와 비슷한 구석이 참 많아요. 가끔은 그냥 있는 그대로, 흘러가는 대로 삶을 바라볼 때 기대하지 못했던 선물이 찾아옵니다.
예기치 않은 행운에 소리 내 환호하고,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숨겨진 아름다움을 발견하며 설레는 순간들이 있죠. 세상과 사람을 온전히 믿는 마음으로 하루를 마주하면, 주변은 어느새 반짝이는 마법으로 가득한 것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때로는, 삶의 뒷면이나 관계의 복잡한 속내, 또는 냉정한 현실의 ‘트릭’까지 억지로 들추려 할 때가 있어요. 마치 마술의 비밀을 굳이 알아내고 싶어 했던 것처럼, 그 찬란하던 환상은 쉽게 깨지고, 마음엔 차가운 실망만 남기도 합니다. 어느새 “우와!”의 탄성은 “이게 다였구나…” 하는 헛헛한 한숨으로 바뀌곤 하죠. 환상의 조각들 위에서 우리는 때로 마음 아픈 진실을 마주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우리는 다시 한번 이렇게 생각하게 돼요.
비록 삶의 마술 트릭을 알아버려 실망하더라도, 또다시 마법을 믿는 용기를 내볼 수 있지 않을까? 비밀을 알아도 여전히 무대 위 마술사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낼 수 있는 것처럼요. 세상 모든 마술이 속임수 위에 피어난 진짜 ‘감동’이듯, 우리가 사는 세상도 누군가의 연출 같은 환상 뒤에 진심과 설렘이 숨어 있을지 몰라요. 때로는 쓰라린 현실 속에서도 희망과 사랑이라는 또 다른 마법을 찾아낼 용기, 아마 그게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 아닐까요?
비록 모든 것이 영원히 반짝일 수 없음을 알더라도, 지금 이 순간의 작은 기쁨과 아름다움을 믿고 소중히 여기는 마음. 저는 그것이 우리가 함께 만들어 가는 진짜 삶의 마법이라고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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