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무의미할지라도, 우리는 무엇을 찾아야 할까?
따뜻한 커피 한 잔을 곁에 두고, 저는 조용히 2025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크러스너호르 커이 라슬로의 『사탄탱고』를 펼쳐봅니다.
『사탄탱고』의 무대는 몰락 직전의 헝가리 시골 농장입니다. 멸망이 예고된 세상에서 살아가는 이들은, 그저 무의미한 일상을 반복하며 살아갑니다. 더 이상 희망이나 미래가 보이지 않는 공간, 그 안에서 사람들은 길고 끝없는 밤을 헤매는 듯합니다.
작가의 집요하고도 세밀한 묘사는 삭막한 풍경과 등장인물들의 내면을 극도로 생생하게 그려내 독자까지도 그 무기력과 허무함에 갇히게 만듭니다. 이 방대한 소설이 7시간이 넘는 영화로도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작품이 지닌 독특한 리듬과 서늘한 중력을 짐작하게 합니다.
이 소설을 관통하는 가장 또렷한 주제는 바로 ‘허무주의’입니다. 등장인물들은 모든 도덕적 가치가 붕괴하고, 삶의 의미와 목적이 사라진 세상에서 절망스럽게 떠돕니다. 사랑도, 열정도, 기쁨도 모두 흩어져버린 악마 같은 아이러니 속에서 그들의 존재는 한없이 덧없게만 보입니다.
이 거대한 부조리의 물음이 소설의 군데군데 스며들어 있습니다. 그들의 삶은 마치 끝없이 반복되는 ‘사탄탱고’처럼, 빠져나올 수 없는 절망의 춤을 추는 것만 같습니다.
어쩌면 우리도 이런 허무의 그림자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그런데 이 깊고 절망적인 허무의 바다 한가운데서, 저는 또 다른 미세한 숨결을 느꼈습니다. 『사탄탱고』가 전하는 허무주의는 단순히 “모든 게 무의미하다”라고 말하고 끝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모든 것이 무의미하다면, 우리는 스스로 무엇을 의미 있게 만들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듯합니다. 삶에 본래부터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우리만의 의미를 찾아가는 첫걸음이 아닐까요?
우리는 유한한 존재이고, 세상은 불확실하고 부조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각자 자신의 이야기를 써가고,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소한 기쁨을 발견하며 살아갑니다. 진실한 관계 맺기, 예술의 울림, 때로는 시련을 버텨내는 힘이 모든 것들 속에서 우리는 스스로 의미를 찾고, 저마다의 방식으로 허무를 견뎌냅니다. 꼭 어두운 밤 안에서 작은 빛을 발견하듯이 말입니다.
『사탄탱고』는 모든 것이 무너진 풍경을 보여주며 우리에게 슬픔과 상실감을 안겨주지만, 역설적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는 인간 존재의 소중함을 되묻습니다.
설령 세상의 춤이 악마 같은 탱고일지라도, 우리는 그 안에서 자신의 스텝을 내딛고, 각자의 리듬을 만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요?
이 글을 읽는 당신 마음 한 켠에도 작은 용기와 울림이 퍼지기를 바랍니다.
결국 허무의 끝자락에서 우리는 새로운 시작의 씨앗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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