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내 오랜 친구 준호 씨

마음에 새겨진 웃음과 눈물

by 박정민

준호 씨의 또 다른 시작을 함께 축복하며…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만남과 헤어짐을 겪습니다. 스치는 인연도 많지만, 어떤 사람들은 마음속 깊은 곳에 오래도록 남아 별처럼 빛나기도 하죠. 오늘은 제 삶에 가장 특별한 별이었던 준호 씨와의 아련한 이별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2년 전, 발달장애가 있는 친구들이 세상 속에서 행복하게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작은 주간활동센터를 열게 됐습니다. 그 문을 가장 먼저 두드려준 사람이 바로 준호 씨였어요.


우리 기관의 1호, 그리고 가장 소중한 첫 친구였습니다.


준호 씨와의 첫 만남은 솔직히 쉽지 않았습니다. 자폐스펙트럼장애로 의사소통이 힘들었고, 때론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을 때 격한 행동도 있었습니다.


우리 모두 지치고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싶은 막연한 두려움에 휩싸이기도 했죠. 하지만 누구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준호 씨의 눈을 바라보고, 마음을 듣기 위해 노력했어요. 함께 울고 웃으면서 서로에게 진심을 다했습니다. 그 과정 자체가 우리에겐 큰 성장과 배움의 시간이었어요.


어느새 시간이 흘러, 센터는 열 명의 친구들이 모인 따뜻한 공간이 됐습니다. 특히 준호 씨는 눈에 띄게 달라졌어요. 처음에 보였던 힘든 행동이 줄고, 산책이나 나들이 프로그램에서는 세상 누구보다 해맑게 웃어주었습니다.


매일 조금씩 변해가는 준호 씨를 바라볼 때마다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뿌듯함이 밀려왔어요. ‘우리 준호 씨, 정말 많이 밝아졌구나!’라고 서로 기뻐하며 성장을 함께 응원했습니다.


그런데 인생은 늘 뜻밖의 방향으로 흐르곤 하죠. 이번 12월 말, 준호 씨는 타지역에 있는 생활시설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어머니께서 더 이상 돌보시기 어렵다는 가족의 결정 때문이었어요. 갑작스럽고 아쉬운 소식에 마음이 많이 흔들렸습니다.


이제 겨우 적응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이렇게 보내야 한다니 ‘왜 하필 지금일까?’, ‘조금만 더 함께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괜스레 마음이 아리고 섭섭하더라고요.


이제 남은 시간은 채 2주도 되지 않습니다. 우리는 천천히 준호 씨를 떠나보낼 준비를 하는 중입니다.


이별은 언제나 슬프고 아쉬운 일이지만, 함께 쌓았던 소중한 추억이 사라지진 않을 거예요. 센터에 처음 왔을 때 어색하고 낯설어하던 표정, 풀밭을 뛰놀며 배시시 웃던 모습, 조용히 다가와 손을 내밀었던 순간까지...


이런 모든 기억은 우리 마음에 오래도록 반짝이는 별처럼 남아 있을 겁니다. 남은 동안 준호 씨와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이야기하며 마지막 추억을 예쁘게 남기고 싶습니다.


사랑과 애정으로 쌓아온 관계에서의 이별은 어쩌면 또 다른 시작일지도 모릅니다. 준호 씨가 우리 센터에서 배운 행복과 사랑이 앞으로 가는 곳에서도 따뜻하게 기억되길, 새 터전에서 잘 적응하며 건강하고 밝게 지내길 진심으로 바라고 축복합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도 혹시 제 마음에 조금이나마 공감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때론 아프고 슬픈 이별 속에도 깊은 사랑과 치유, 그리고 성장의 의미가 깃들어 있다는 걸요.


우리 모두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면서, 각자의 자리에서 저마다의 빛을 낼 수 있는 따뜻한 세상을 만들어나가길 소망합니다.


고마워, 준호 씨. 그리고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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