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화 미천한 출신의 고뇌, 민족의 부름에 서다.

by 박정민

<단편소설>

새로운 대한민국 - 백범의


《Part 1 백범, 대한민국의 등불이 되다》



제2화

'미천한 출신'의 고뇌, 민족의 부름에 서다.


백범 김구 선생의 생환 소식이 라디오 전파를 타고 전국에 울려 퍼진 지 사흘. 경교장은 이제 단순한 고택이 아니었다. 민족의 염원과 희망이 들끓는 거대한 용광로이자, 시들어가는 민족의 영혼에 생기를 불어넣는 샘물과도 같았다. 아침 해가 뜨기 전부터 경교장 앞은 수천 명의 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백범 선생님, 나와주시오!"


"이 나라를 구할 분은 선생님밖에 없소이다!"


구름처럼 모여든 인파는 연일 뜨거운 외침으로 경교장을 가득 메웠다. 학생들은 가두시위를 벌이며 '백범 대통령'을 연호했고, 시장 상인들은 생업을 뒤로한 채 태극기를 흔들었다. 심지어 멀리 함경도에서 온 피난민들은 굶주림을 잊은 채 맨발로 걸어와 선생의 이름을 애타게 불렀다. 그들의 얼굴은 눈물과 흙먼지로 뒤범벅되어 있었지만, 눈빛만은 희망으로 불타오르고 있었다.


경교장 안, 선생은 창밖의 인파를 말없이 응시했다. 밤낮으로 이어지는 '백범 대통령'의 외침은 마치 거대한 파도처럼 그를 덮쳐왔다. 방문객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았다. 이승만 정부의 횡포에 염증을 느낀 중도 정치인들과 재야 지식인들, 각 종교계 인사들, 심지어는 이승만 정부 내부의 일부 비판적인 세력들까지 합세하여 그에게 지도자의 자리를 간청했다.


"선생님, 더 이상 침묵해서는 안 됩니다! 이승만 대통령의 독선과 친일 세력의 득세로 이 나라는 바닥까지 추락했습니다. 선생님만이 이 나라를 바로 세울 수 있습니다!"


정치인 김철은 울분에 가득 찬 목소리로 호소했다. 옆에 앉은 스님은 합장하며 간곡히 청했다.


"대통령의 자리는 소인배들이 탐하는 명예가 아닙니다. 민족의 고통을 덜어줄 보살행입니다. 이 혼란의 시기에, 오직 백범 어른께서 나라의 등불이 되어주셔야 합니다."


그러나 백범 선생은 그 모든 간청에도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의 얼굴에는 단단한 결심과 함께, 깊은 고뇌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내가 어찌... 평생을 이 땅의 독립만을 위해 싸웠을 뿐, 국정을 논하고 나라를 경영할 재목이 못 되오. 대통령의 자리는 나 같이 미천한 출신의 몸에는 과분한 것이오."


그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그 안에는 흔들림 없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그는 권력을 탐하는 자가 아니었다. '미천한 출신'이라는 말은 단지 겸손의 표현만은 아니었다. 농군으로 태어나 상놈이라는 멸시를 받으며 옥살이를 하고, 온갖 밑바닥 인생을 경험하며 독립운동에 몸 바쳤던 그의 삶은, 화려한 학력이나 거창한 배경과는 거리가 멀었다. 백범은 자신이 정치를 논하는 '기술자'가 아니라, 오직 민족의 정신과 독립을 위한 '사상가'라 여겼다.


"나는 오직 광복된 조국에서 통일된 민족을 꿈꿨을 뿐이오. 남북으로 갈라져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는 이 비극적인 현실 앞에서, 내가 감히 이 나라를 이끌 수 있단 말이오..."


그는 과거 남북 협상에서 실패했던 뼈아픈 경험을 상기하며, 회의감에 잠겼다. 민족의 분단을 막지 못했다는 자책감은 그의 마음속 깊이 자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바깥의 함성은 점점 더 거세졌다.


"김구! 김구! 대통령!"

2화 김구선생2.jpeg

경교장 담벼락에는


'선생님! 제발 나서주십시오!'

'민족의 등불이 되어주소서!'


라는 빛바랜 종이들이 겹겹이 나붙었다.


새벽녘에는 한 어린 소녀가 굶주림에 지쳐 쓰러지는 모습도 목격되었다. 사람들은 소녀를 부축하며 한 목소리로 울부짖었다.


"선생님, 제발! 이 아이들의 미래를 지켜주십시오!"


그들의 목소리는 단순히 대통령직을 요구하는 것을 넘어, 지친 시대의 슬픔과 간절한 염원이었다.


밤이 깊어질수록 선생의 고뇌는 깊어졌다. 호롱불 아래 앉아 그는 지난 생애를 되짚었다. 만주 벌판을 헤매던 청년 김창수, 안중근 의사를 만났던 그날,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격동적인 시간들. 그리고 남과 북, 이념의 벽을 넘으려 했던 필사적인 노력들. 이 모든 것이 결국은, 조국을 위한 길이었음을. 그는 개인적인 명예나 권력을 바라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백성들이 자신을 부르는 것은 단순히 개인을 향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위기의 시대가 던지는 준엄한 '민족의 부름'임을 깨달았다. 그의 거절은, 그들에게 다시 한번 찾아온 절망을 의미할 터였다.


다음 날 아침, 김구 선생이 대통령직을 수락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경교장 앞은 환호의 바다로 변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렸다. 라디오에서는 경교장 앞 광장에 설치된 임시 연단에서 울려 퍼지는 선생의 목소리가 전국 방방곡곡에 전달되었다.


"국민 여러분, 저는 미천한 출신의 몸으로 여러분의 준엄한 부름 앞에 대통령의 중책을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제 한 몸 부서져 재가 되더라도, 오직 민족의 자주와 통일을 위해 이 한 목숨 바치겠습니다! 우리 민족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 가장 강한 나라,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인자한 나라'가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의 목소리는 위압적이거나 거만하지 않았다. 오히려 백성의 고통을 아는 지도자의 겸손함과 강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외세의 힘에 의존하는 나라는 결국 그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힘으로 당당히 일어서야 합니다! 민족의 양심을 더럽혔던 친일 세력은 반드시 그 죄과를 물을 것이며, 누구도 억울함 없는 공정한 대한민국을 만들겠습니다!"


라디오를 듣던 국민들은 일제히 끓어오르는 감격에 숨을 죽였다. 술집에서, 시장에서, 집집마다 사람들이 라디오 앞에 모여들어 선생의 연설에 귀 기울였다.


"워매, 저 시원한 말 좀 들어보소! 저 분이라면 친일파 놈들도 다 때려잡을 것이여!" "진짜 백범 선생님이 대통령 되신겨? 우리 이제 살았다, 살았어!"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척박한 땅에 떨어진 씨앗처럼 국민들의 가슴에 깊이 박혔다. 지난 3년간 쌓였던 민족의 한과 울분을 씻어주는 듯한 '사이다' 같은 공감이었다.


백범 김구라는 거목 아래, 드디어 새로운 시대의 희망이 뭉클하게 움트기 시작했다.


만약 1949년 6월 26일, 그날의 총성이 김구 선생님을 비껴갔다면? 우리의 역사는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이 책은 백범 김구 선생님이 암살당하지 않고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이 되었다는 짜릿한 상상에서 시작됩니다. 선생님의 겸손함으로 시작된 리더십, 민족의 아픔을 치유하는 친일파 청산! 혼란스러운 격동기 속에서도 민족의 자주성과 통합을 향한 굳건한 꿈이 어떻게 현실이 되었을지, 그 드라마틱하고 감동적인 과정을 생생하게 그려보고자 합니다. 단순한 '만약의 역사' 이야기를 넘어 이 소설은 독자들에게 "지금의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라는 깊은 성찰과 뜨거운 질문을 던질 거예요. 끝나지 않은 해방의 꿈을 통해, 우리 마음속 진짜 희망을 찾아 떠나는 여정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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