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제6화
1949년 4월, 봄비가 내리는 이른 아침이었다. 경교장 서재에서 김구는 한 통의 편지를 읽고 있었다. 강원도 산골 마을에서 온 편지였다. 종이는 누렇게 바랬고, 글씨는 삐뚤빼뚤했다.
"대통령 각하, 저는 올해 열두 살 민수라고 합니다. 학교가 너무 멀어서 매일 산길을 두 시간씩 걸어 다닙니다. 그래도 저는 공부가 좋습니다. 선생님이 우리나라 역사를 가르쳐주실 때가 제일 좋습니다. 언젠가 저도 선생님이 되어서 우리 마을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습니다."
김구의 손이 잠시 멈췄다. 편지 끝에는 연필로 그린 서툰 태극기가 그려져 있었다. 그는 조용히 편지를 내려놓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빗방울이 유리창을 타고 흘러내렸다.
"교육... 그것이 이 나라의 미래를 바꿀 것이다."
며칠 후, 김구는 서울의 한 초등학교를 불시 방문했다.
5학년 교실. 역사 시간이었다. 교사는 칠판에 '단군왕검'이라고 쓰며 설명하고 있었다.
"우리 민족의 시조이신 단군께서..."
그러나 교과서를 펼친 한 학생이 손을 들었다.
"선생님, 그런데 여기 교과서에는 단군은 신화일 뿐이라고 써 있어요."
교실이 조용해졌다. 교사는 난처한 표정으로 말을 잇지 못했다. 김구는 그 교과서를 넘겨보았다. 일제강점기 때 만들어진 교과서를 그대로 번역한 것이었다. 우리 역사는 왜곡되어 있었고, 민족의 자긍심을 깎아내리는 내용들로 가득했다.
"이것이... 해방된 나라의 교과서란 말인가."
김구의 목소리는 떨렸다. 교무실에서 교장을 만났다. 그는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각하, 새 교과서를 만들 예산도, 인력도 부족합니다. 그리고 솔직히... 일제가 남긴 교육 시스템 외에는 우리가 아는 것이 없습니다."
그날 밤, 경교장에서 긴급 각료회의가 열렸다.
"교육은 백년대계입니다."
김구가 회의 탁자를 두드리며 말했다.
"일제는 36년간 우리의 혼을 빼앗으려 했습니다. 우리 말을 쓰지 못하게 했고, 우리 역사를 부정했으며, 우리를 2등 국민으로 교육했습니다. 이제 그것을 바로잡아야 합니다."
문교부 장관이 보고했다.
"각하, 현재 전국의 교원 중 절반 이상이 일제강점기 사범학교 출신입니다. 그들을 모두 교체할 수는 없습니다."
"교체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김구가 고개를 저었다.
"그분들도 피해자입니다. 다만 다시 배워야 합니다. 우리 모두가 다시 배워야 합니다. 진정한 우리의 역사를, 우리의 말을, 우리의 정신을."
김구는 세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첫째, 민족사관에 입각한 새 교과서 편찬.
둘째, 전국 교원 재교육 프로그램 실시.
셋째, 가난한 집 자녀들을 위한 전액 장학금 제도.
"교육은 부자의 특권이 아닙니다. 이 나라의 모든 아이들이 배울 권리가 있습니다."
5월, 전국 각지에서 교원 재교육 프로그램이 시작됐다.
서울 덕수궁에서 열린 첫 강연. 강당을 가득 메운 교사들 앞에서 독립운동가 출신 역사학자가 강단에 섰다.
"여러분, 단군조선은 신화가 아닙니다. 우리 민족 5천 년 역사의 시작입니다."
한 노교사가 눈시울을 붉혔다.
"40년 가르치면서... 제대로 된 우리 역사를 가르친 적이 없었습니다."
한편, 경상도 어느 시골 학교.
새로 부임한 젊은 교사가 교과서를 들고 교실에 들어섰다. 아이들의 눈이 빛났다. 표지에는 '우리나라 역사'라고 한글로 크게 쓰여 있었다.
"여러분, 오늘부터 우리는 우리의 이야기를 배웁니다."
교사가 첫 페이지를 펼쳤다. 거기에는 백두산 천지 그림이 있었고, 이렇게 쓰여 있었다.
"우리 민족은 이 땅에서 수천 년을 살아왔습니다. 우리는 자랑스러운 민족입니다."
6월, 전남 어느 어촌 마을.
열다섯 살 소녀 순이는 그물을 손질하고 있었다. 학교는 작년에 그만뒀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동생들 뒷바라지를 해야 했다.
"순이야!"
이장 아저씨가 헐레벌떡 달려왔다.
"큰일 났다! 너 학교 다시 다닐 수 있게 됐어!"
"예?"
"정부에서 가난한 집 아이들 학비를 다 대준대! 그것도 대학까지!"
순이의 손에서 그물이 떨어졌다.
같은 날, 전국 각지에서 비슷한 일들이 벌어졌다. 강원도 탄광촌. 석탄 먼지를 뒤집어쓴 채 일하던 소년이 장학금 통지서를 받았다. 충청도 농촌, 논일을 거들던 소녀가 중학교 입학 허가서를 움켜쥐고 울었다.
경교장으로 감사 편지가 쏟아졌다. 김구는 그 편지들을 하나하나 읽으며 밤을 지새웠다.
"이 아이들이 이 나라의 미래입니다."
7월, 김구는 전국의 문화예술인들을 경교장으로 초청했다.
"여러분, 일제는 우리의 몸만 억압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영혼을, 우리의 문화를 말살하려 했습니다."
시인 이육사의 동료였던 한 시인이 일어섰다.
"각하, 우리 문학인들은 준비되어 있습니다. 우리말로, 우리 정서로, 우리 민족의 이야기를 쓰겠습니다."
화가 이중섭이 말했다.
"저는 우리 아이들이 우리의 그림을 보고 자라길 바랍니다. 서양화가 아닌, 우리 것이 담긴 그림을."
김구는 '민족문화진흥원'을 설립했다. 우리의 언어, 음악, 미술, 연극을 되살리고 발전시키는 것이 목표였다. 덕수궁 석조전에서 첫 전시회가 열렸다.
'해방된 조선의 미래'라는 주제였다.
한 어머니가 아이의 손을 잡고 그림 앞에 섰다.
"엄마, 이 그림 속 아이들 표정이 환해요."
"그래, 저게 우리의 미래란다."
8월, 김구는 다시 강원도 산골을 찾았다. 편지를 보냈던 민수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비포장 산길을 한참 올라가자 작은 학교가 나타났다. 운동장에서 아이들이 뛰놀고 있었다. 그 중 한 아이가 김구를 알아보고 소리쳤다.
"대통령 할아버지다!"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민수도 그 안에 있었다.
"대통령 할아버지, 제 편지 받으셨어요?"
"그럼, 네 덕분에 여기까지 왔단다."
김구는 교실로 들어갔다. 칠판에는 '우리의 꿈'이라고 쓰여 있었고, 그 아래 아이들이 쓴 글들이 붙어 있었다.
"나는 선생님이 되고 싶습니다."
"나는 의사가 되어 아픈 사람을 고치고 싶습니다."
"나는 과학자가 되어 우리나라를 발전시키고 싶습니다."
김구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교장이 말했다.
"각하, 1년 전만 해도 이 아이들은 '꿈'이라는 단어조차 몰랐습니다. 그저 하루하루 먹고사는 것만 생각했지요. 하지만 이제는 다릅니다."
그날 저녁, 마을 주민들과 함께한 작은 만찬 자리에서 한 노인이 일어나 말했다.
"대통령 각하, 우리는 가난하지만 이제 희망이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글을 읽고, 꿈을 꾸니까요."
경교장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김구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석양이 지고 있었다. 논밭에서 일하던 농부들이 허리를 펴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어디선가 아이들의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
비서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각하, 피곤하시지 않습니까?"
"아니네."
김구가 미소 지었다.
"오히려 힘이 나네. 저 아이들의 눈빛을 보니... 우리가 가는 이 길이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이 서네."
그날 밤, 서재에 앉은 김구는 일기를 썼다.
"나라의 진정한 힘은 총과 칼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에 있다. 교육받은 국민, 자긍심 있는 민족이야말로 이 나라의 가장 큰 자산이다. 오늘 나는 그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창밖에서는 귀뚜라미 소리가 들렸다.
여름밤은 깊어갔지만, 대한민국의 미래는 밝게 빛나고 있었다.
만약 1949년 6월 26일, 그날의 총성이 김구 선생님을 비껴갔다면? 우리의 역사는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이 소설은 백범 김구 선생님이 암살당하지 않고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이 되었다는 짜릿한 상상에서 시작됩니다. 선생님의 겸손함으로 시작된 리더십, 민족의 아픔을 치유하는 친일파 청산! 혼란스러운 격동기 속에서도 민족의 자주성과 통합을 향한 굳건한 꿈이 어떻게 현실이 되었을지, 그 드라마틱하고 감동적인 과정을 생생하게 그려보고자 합니다. 단순한 '만약의 역사' 이야기를 넘어 이 소설은 독자들에게 "지금의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라는 깊은 성찰과 뜨거운 질문을 던질 거예요. 끝나지 않은 해방의 꿈을 통해, 우리 마음속 진짜 희망을 찾아 떠나는 여정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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