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화 백성의 눈물 닦는 손, 민생의 꽃을 피우다.

by 박정민

No-91

<단편소설>

새로운 대한민국 - 백범의 꿈


《Part 2 백범의 이상, 현실이 되다》


제7화

백성의 눈물 닦는 손, 민생의 꽃을 피우다.


1949년 9월, 추석을 앞둔 서울 남대문 시장.

김구는 평복 차림으로 시장 골목을 걷고 있었다. 경호원들이 몇 발짝 뒤에서 조심스럽게 따랐다.


"쌀 한 되에 얼마요?"


"삼백 환입니다, 어르신."


"지난주보다 또 올랐네..."


한 아주머니가 한숨을 쉬며 빈 광주리를 들고 돌아섰다. 그녀의 뒷모습이 무거웠다.


김구는 쌀가게 주인에게 물었다.


"쌀값이 왜 이리 뛰었소?"


"예? 아, 어르신... 요즘 쌀이 귀해서 그렇습니다. 일본 놈들이 땅을 다 못 쓰게 만들어놔서..."


그때 누군가 김구를 알아봤다.


"저, 저분이... 대통령 각하 아니신가?"


순식간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한 노인이 김구의 손을 붙잡았다.


"각하, 우리 같은 백성들은 하루하루가 전쟁입니다. 해방이 됐다지만... 먹고사는 건 더 어려워졌습니다."


김구는 그 손을 꼭 잡았다.


"알고 있습니다. 제가... 제가 너무 늦었습니다."



경교장의 긴 밤


그날 밤, 경교장 서재.

김구는 전국에서 올라온 보고서들을 펼쳐놓고 있었다. 식량 부족, 실업률 급증, 인플레이션... 숫자들은 참담했다.


"36년간 일제가 이 땅을 수탈했습니다. 공장은 군수품 생산에만 쓰였고, 농토는 황폐해졌습니다."


재무부 장관이 보고했다.


"게다가 친일 기업인들이 주요 산업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그들을 청산하자니 경제가 마비될 위험이 있고, 그대로 두자니..."


"아닙니다."


김구가 말을 끊었다.


"친일파 청산과 경제 재건은 따로 갈 수 없습니다. 부정한 재산으로 쌓은 부는 국민에게 돌아가야 합니다."


상공부 장관이 우려를 표했다.


"각하, 그러면 외국 자본이 필요합니다. 특히 미국의 원조 없이는..."


"미국의 원조를 받되, 그들의 식민지가 되어선 안 됩니다."


김구의 목소리가 단호해졌다.


"우리 손으로, 우리 힘으로 일어서야 합니다. 그것이 진정한 독립입니다."



토지개혁, 땅을 백성에게


10월 초, 충남 논산평야.

전국에서 농민들이 모여들었다. 정부의 역사적인 '농지개혁법' 공포식이 열리는 날이었다.


단상에 오른 김구는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동포 여러분, 이 땅은 원래 누구의 것입니까?"


"우리 것입니다!"


누군가 외쳤다.


"그렇습니다. 이 땅은 땀 흘려 일구는 이들의 것입니다. 그런데 일제는 이 땅을 빼앗아 친일 지주들에게 나눠줬습니다. 오늘, 우리는 그것을 바로잡습니다!"


함성이 터져 나왔다.


농지개혁법의 핵심은 명확했다.

지주 소유 농지를 유상 매수, 농민에게 유상 분배

친일 지주의 토지는 무상 몰수, 농민에게 무상 분배

자작농 육성을 통한 농업 생산력 향상



경기도 어느 마을.


60평생 남의 땅을 부쳐온 최 씨는 떨리는 손으로 토지 문서를 받아 들었다.


"이게... 정말 내 땅이란 말이오?"


면사무소 직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이제 어르신 땅입니다."


최 씨는 그 자리에서 엉엉 울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아들이 아버지를 부축했다.


"아버지, 우리 이제 소작료 안 내도 됩니다. 우리가 농사지은 곡식, 다 우리 겁니다."


그날 밤, 최 씨는 처음으로 자기 땅을 밟으며 걸었다. 달빛 아래 논두렁길이 유난히 반짝였다.



서민금융, 가난의 굴레를 끊다.


11월, 부산 자갈치 시장.

생선 장사를 하는 김 씨는 고민이 깊었다. 더 큰 배를 사서 직접 고기를 잡고 싶었지만 돈이 없었다. 사채업자를 찾아가자니 이자가 무서웠다.


"한 달에 5푼이라니... 그럼 원금보다 이자를 더 갚아야 하는데..."


그때 통장 반장이 소식을 가져왔다.


"김 씨, 큰일 났네! 정부에서 서민들한테 돈을 싸게 빌려준대!"


"뭐라고요?"


"'국민금고'라는 걸 만들었대. 이자가 한 달에 1푼도 안 된대!"


며칠 후, 김 씨는 새 배를 샀다. 그리고 3년 후, 그는 자갈치에서 손꼽히는 선주가 됐다.



서울 종로의 작은 식당.


홀로 아이 둘을 키우는 박 씨는 식당을 운영했다. 장사는 잘 됐지만 가게가 좁아 손님을 다 받지 못했다.


'옆 가게가 비었는데... 넓히면 좋을 텐데...'


국민금고에서 저리 대출을 받은 박 씨는 가게를 두 배로 넓혔다. 직원도 두 명 더 뽑았다.


"언니, 나 같은 과부한테 이런 기회를 주다니... 나라가 달라졌어."


공장의 불빛, 희망의 불빛


12월, 경기도 인천.

해방 후 방치됐던 일제의 방직공장이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정부가 인수한 뒤 근로자 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되는 새로운 시도였다.


"이 공장은 이제 여러분의 것입니다."


개소식에서 김구가 선언했다.


"여러분이 주인이고, 여러분이 경영자입니다. 이익은 공정하게 나눠 갖고, 의사결정은 함께 하십시오."


스무 살 여공 영희는 처음엔 반신반의했다.


'우리가 주인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하지만 달라진 것은 많았다.

첫째, 근무 시간이 줄었다. 하루 12시간에서 8시간으로.
둘째, 임금이 올랐다. 거의 두 배로.
셋째, 작업 환경이 개선됐다. 환기구가 생기고, 휴게실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다음 달부터 탁아소를 만들겠습니다."


조합장의 발표에 젊은 엄마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영희의 언니도 그중 하나였다.


"영희야, 이제 나도 일할 수 있어! 애를 맡기고!"


반년 후, 이 공장의 생산성은 일제 때보다 30% 증가했다. 비결이 뭐냐는 기자의 질문에 한 노동자가 답했다.


"우리가 주인이니까요. 남의 돈 벌어주는 거랑 내 돈 버는 거랑은 다르죠."


서울역 광장의 겨울


1950년 1월, 추운 겨울날.

서울역 광장에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정부가 실업자들을 위해 마련한 '국민 일자리 사업' 등록처였다.


도로 건설, 하천 정비, 학교 건축... 전국 곳곳에서 일손이 필요했다. 해주에서 월남한 이 씨는 여섯 달 만에 일자리를 찾았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는 계속 고개를 숙였다. 담당 공무원이 말했다.


"고맙기는요. 어르신이 일하셔야 나라가 발전하는 겁니다. 열심히 하십시오."


이 씨는 경기도 어느 마을의 도로 공사장에 배치됐다. 비포장 길을 포장하는 일이었다. 삽질을 하며 그는 생각했다.


'내 손으로 이 나라를 만들고 있구나.'


힘들었지만 뿌듯했다. 무엇보다 가족을 먹여 살릴 수 있다는 것이 감사했다.


경교장의 작은 손님


2월 어느 날, 경교장에 특별한 손님이 찾아왔다.

일곱 살 난 소녀 순자였다. 아버지를 따라왔는데, 아버지는 농지개혁으로 땅을 받은 농민이었다.


"각하, 제 딸아이가 꼭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다고 해서..."


김구는 순자와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무릎을 꿇었다.


"안녕, 순자야."


순자는 쭈뼛거리다가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손수건에 싼 밤 몇 알이었다.


"이거... 우리 밭에서 난 거예요. 할아버지 드시라고..."


김구는 그 밤을 받아 들고 한참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그의 눈가가 붉어졌다.


"고맙구나. 할아버지가 소중히 먹을게."


순자의 아버지가 말했다.


"각하, 저는 평생 남의 땅을 부쳤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제 땅이 있습니다. 제 자식들은 소작농이 아닌 자작농으로 살 수 있습니다.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지..."


"은혜가 아닙니다."


김구가 말했다.


"원래 당신의 것을 돌려드린 것뿐입니다. 그리고..."


그는 순자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서, 배우고, 꿈을 이루는 것. 그것이 제게는 가장 큰 보답입니다."


민생의 봄


3월, 봄이 왔다.

전국의 농촌에서는 농민들이 자기 땅에 첫 씨앗을 뿌렸다. 공장의 굴뚝에서는 희망의 연기가 피어올랐다. 시장에서는 장사꾼들의 활기찬 호객 소리가 울려 퍼졌다. 남대문 시장의 그 쌀가게 주인은 이제 웃었다.


"쌀값이 안정됐어요. 정부에서 양곡을 풀어서 투기꾼들을 잡았거든요."


지난가을 빈 광주리를 들고 돌아섰던 그 아주머니도 지금은 쌀 한 말을 사들고 있었다.


"우리 식구들 이번 달은 배불리 먹겠네."


경교장 서재에서 김구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봄볕이 따스했다. 거리에는 사람들이 오갔고, 아이들은 골목에서 뛰놀았다.


비서가 보고했다.


"각하, 좋은 소식입니다. 작년 대비 실업률이 15% 감소했고, 농업 생산량은 20% 증가했습니다."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김구가 조용히 말했다.


"저 거리의 사람들 표정을 보십시오. 작년 이맘때보다 밝지 않습니까? 그것이 진짜 지표입니다."


그날 밤, 김구는 일기에 썼다.


"나라의 주인은 백성이다. 백성이 굶주리고 떠돌아다니는데 무슨 독립이고 무슨 민주주의인가. 오늘 나는 조금이나마 백성의 눈물을 닦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모든 국민이 사람답게 사는 그날까지, 나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창밖에는 별이 총총했다.


민생의 꽃은 이제 막 피어나기 시작했다.


만약 1949년 6월 26일, 그날의 총성이 김구 선생님을 비껴갔다면? 우리의 역사는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이 소설은 백범 김구 선생님이 암살당하지 않고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이 되었다는 짜릿한 상상에서 시작됩니다. 선생님의 겸손함으로 시작된 리더십, 민족의 아픔을 치유하는 친일파 청산! 혼란스러운 격동기 속에서도 민족의 자주성과 통합을 향한 굳건한 꿈이 어떻게 현실이 되었을지, 그 드라마틱하고 감동적인 과정을 생생하게 그려보고자 합니다. 단순한 '만약의 역사' 이야기를 넘어 이 소설은 독자들에게 "지금의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라는 깊은 성찰과 뜨거운 질문을 던질 거예요. 끝나지 않은 해방의 꿈을 통해, 우리 마음속 진짜 희망을 찾아 떠나는 여정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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