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반찬 양념 비율의 비밀
매거진 <요리하는 아재 박주부>
연애할 때부터 그랬다. 첫 번째 요리는 된장찌개였다. 지금 아내가 된 그 사람 앞에서 뭔가 멋진 걸 해주고 싶었는데, 막상 부엌에 서니 된장을 얼마나 풀어야 하는지조차 몰랐다. 그냥 눈대중으로 넣었더니 짜도 너무 짰다. 아내는 맛있다고 했지만, 그 표정은 분명 맛있다는 표정이 아니었다.
그날 이후 나는 매일 요리를 하게했다. 21년이 지났다. 지금은 대학생 딸아이와 고등학생 아들을 둔 아빠가 됐고, 여전히 퇴근 후 부엌은 내 자리다. 아내가 “오늘 뭐 먹을까?” 하고 물으면 내가 냉장고를 열어본다. 결혼 전부터 지금까지, 우리 집 밥상은 내가 차려왔다.
주변에서 가끔 묻는다. “어떻게 그걸 21년을 하냐"라고. 특별한 비결이 있는 건 아니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요리는 감이 아니라 비율이다.
처음엔 나도 몰랐다. 간장을 얼마나, 설탕을 얼마나, 고춧가루는 또 얼마나. 레시피를 따라 해도 ‘적당히’, ‘취향껏’이라는 말에 늘 막혔다. 그런데 수백 번 반찬을 만들다 보니 어느 순간 패턴이 보이기 시작했다. 맛있다는 소리를 들은 날엔 꼭 비율이 맞아떨어진 날이었다.
그걸 하나씩 정리하기 시작했다. 오이무침은 이 비율, 두부조림은 저 비율. 메모지에 적고, 냉장고에 붙이고, 틀리면 고치고. 그렇게 21년 동안 다듬어온 황금 비율이 지금 이 자리에 있다.
딸아이도, 아들도 언젠간 가져갈 것이다. 아내에게 맛있는 걸 해주고 싶어서 시작한 요리가, 이제는 아이들에게 물려줄 레시피가 됐다.
|1 |오이무침
고추장 1 : 식초 2 : 고춧가루 1 : 설탕 1
|2 |두부조림
간장 3 : 물 5 : 고춧가루 1 : 설탕 0.5
|3 |콩자반
간장 1 : 물 3 : 물엿 0.5 : 설탕 0.5
|4 |진미채무침
고추장 2 : 고춧가루 1 : 물엿 2 : 마요네즈 1
|5 |장조림
간장 1 : 물 3 : 설탕 0.5
|6 |무생채
고춧가루 2 : 액젓 1 : 식초 1 : 설탕 1
|7 |시금치나물
국간장 0.5 : 참기름 1 : 다진 마늘 0.5
|8 |애호박볶음
새우젓 1 : 들기름 1 : 다진 마늘 0.5
|9 |어묵볶음
간장 2 : 굴소스 1 : 올리고당 1.5
|10|계란말이
달걀 3개 기준 소금 2꼬집 : 맛술 약간
|11|미역줄기볶음
국간장 1 : 들깻가루 1 : 다진 마늘 1
|12|콩나물무침
소금 0.3 : 고춧가루 1 : 참기름 1
|13|마늘종볶음
간장 2 : 올리고당 1 : 물 2
|14|감자볶음
소금 0.5 : 다진 마늘 0.5 : 후추 약간
|15|깻잎장아찌
간장 4 : 물 4 : 고춧가루 2 : 설탕 1
|16|연근조림
간장 3 : 물 10 : 설탕 1 : 물엿 2
|17|고사리나물
국간장 1 : 들기름 1 : 다진 마늘 0.5
|18|소시지 전
달걀 1개 : 소금 1꼬집
|19|김무침
간장 1 : 참기름 1 : 설탕 0.3
요즘도 퇴근하고 들어오면 제일 먼저 냉장고를 열어본다. 아내는 소파에 앉아 있고, 아이들은 각자 방에 있다. 그래도 괜찮다. 부엌은 원래 내 자리니까.
오늘은 콩나물무침이나 해야겠다.
소금 0.3, 고춧가루 1, 참기름 1. 이 세 숫자면 충분하다. 어묵볶음도 하나 추가하면 딱 좋겠다.
간장 2, 굴소스 1, 올리고당 1.5. 아이들이 아주 좋아하는 반찬이다.
21년 동안 부엌에 서면서 배운 게 있다면, 요리는 대단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비율만 알면 누구든 맛을 낼 수 있다. 처음 된장찌개를 짜게 끓였던 그 아재도 결국 해냈으니까. 이 표 한 장, 냉장고에 붙여두시라. 오늘 저녁 밥상이 달라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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