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 롤라티니>
No-85
매거진 <요리하는 아재 박주부>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는 오랫동안 가지를 피해왔다. 마트 채소 코너에서 보랏빛으로 윤기 나는 가지를 볼 때마다 왠지 모를 거리감이 있었다. 어릴 적 엄마가 쪄서 간장에 무쳐준 가지나물.
그 물컹하고 흐물흐물한 식감이 어딘가 불편했고, 그 기억이 꽤 오랫동안 내 입맛에 각인되어 있었다. "가지는 좀…" 하며 나도 모르게 손을 뻗지 않게 되더라.
그런데 요리를 시작하면서 조금씩 알게 됐다. 재료가 싫은 게 아니라, 그 재료를 어떻게 다루느냐의 문제라는 것을.
가지를 세로로 얇게, 아주 얇게 썬다. 소금과 후추로 가볍게 밑간을 하고 키친타월로 수분을 눌러 닦는다. 이 과정이 중요하다. 가지가 가진 특유의 물기, 그 물기를 빼줘야 비로소 가지가 달라진다.
프라이팬 위에서 앞뒤로 살짝 구워내면 그 순간부터 가지는 더 이상 내가 기억하던 그 채소가 아니다. 구수하고 달큼한 향이 올라오면서, 색은 더 진해지고, 질감은 쫄깃하게 바뀐다.
그 위에 무얼 올리느냐. 슬라이스 치즈 반 장을 깔고, 올리브오일과 후추에 재워 구운 닭 안심 한 점, 데쳐낸 시금치, 그리고 모차렐라 치즈를 살포시 얹는다. 그리고 돌돌 만다.
가지가 모든 것을 품어 감싸는 그 순간, 이 요리의 이름이 왜 '롤라티니'인지 느낌이 온다. 이탈리아어로 '작은 롤'이라는 뜻이라고 하던가. 작지만 가득 찬 무언가.
토마토소스를 깐 오븐용기에 가지 롤을 나란히 올리고 남은 치즈를 뿌린 뒤 에어프라이어에 돌리는 7~8분 동안, 나는 괜히 설렌다.
부엌 안에 퍼지는 치즈 녹는 냄새, 토마토소스가 보글보글 익어가는 소리. 요리하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작은 특권 같은 시간이다.
완성된 가지 롤라티니를 포크로 잘라 한 입 넣으면, 이게 정말 가지인가 싶다. 쫄깃한 가지 껍질, 촉촉하게 익은 닭 안심, 녹진한 치즈, 그 사이에서 향긋하게 살아있는 시금치. 각자의 식감과 맛이 따로 놀지 않고 하나처럼 어우러진다.
재료는 거창하지 않다. 가지 한 개, 냉장고 어딘가에 잠들어 있을 시금치 한 줌, 슬라이스 치즈 두 장. 어렵게 느껴진다면, 사실은 에어프라이어와 프라이팬만 있으면 된다는 것만 기억해도 충분하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가지를 썩 좋아하지 않는 사람일지 모른다. 그래도 한 번만 도전해 보길 권하고 싶다. 가지를 얇게 썰어 구워내는 그 10분이, 오랜 편견을 바꿔놓을 수도 있으니까.
요리란 결국 그런 것이다. 알던 재료를 낯설게 만나는 일, 그리고 그 안에서 작은 발견을 하는 일.
<재료>
가지 1개, 닭 안심 50g, 시금치 50g, 슬라이스치즈 2장, 모차렐라치즈 1/4컵, 토마토소스 1/2컵, 양파·마늘·파프리카 약간, 올리브오일·소금·후추 적당량
① 가지를 세로로 얇게 썰어 소금·후추 밑간 후 수분 제거
② 프라이팬에 앞뒤로 살짝 굽기
③ 닭 안심은 올리브오일·후추에 10분 재워 굽기
④ 양파·마늘·파프리카 볶다가 토마토소스 넣어 소스 완성
⑤ 가지에 치즈·닭 안심·시금치·모차렐라 올려 돌돌 말기
⑥ 소스 깐 오븐용기에 올려 치즈 뿌린 뒤 180°C 에어프라이어 7~8분
#박정민 #브런치스토리 #매거진 #요리하는아재 #박주부 #아재주부 #황금반찬양념레시피 #가지요리 #가지롤라티니 #당뇨에좋은요리 #당뇨식단 #추천레시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