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리로 하는 무비 테라피 미술관 옆 동물원
마술을 처음 접한 아이들은 눈속임으로 인하여 굳게 믿어 왔던 현실을 잠시 확신할 수 없다. 내가 의심 없이 믿어 온 것들이 눈속임이라는 장치로 인하여 일시적으로 부정되는 현상이다. 로맨스의 원리 또한 이와 같다. 미성숙한 사람은 현실과 로맨스의 경계에서 큰 혼란에 빠진다. 당연하다고 믿어 온 정돈된 일상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로맨스로 인하여 이들은 혼돈에 휩싸인다. 흔히 사랑에 대해 비관적인 태도와 냉소를 보이는 무리는 이러한 경계(현실과 로맨스)를 부정하는 사람들이다.
사랑을 지나치게 맹신하는 인물일수록 로맨스가 지나간 자리를 폐허로 느끼기 쉽다.지루한 일상을 송두리째 바꾸어 버린 강력한 로맨스(자극)를 영원히 붙들고 싶은 욕망과 집착이 이들을 사랑에 대한 극단적 냉소로 이끈다. 이는 마치 마술의 눈속임으로 인하여 잠시 패닉에 빠진 아이와 같다.
사랑은 나의 일상으로 타인을 기꺼이 초대하는 환대이다. 사랑은 풍덩 빠지는 것이라 믿던 춘희와 육체적 교감과 소유를 사랑이라 믿던 철수는 일상을 공유하며 비로소 진정한 사랑을 배운다.철수는 마지막 휴가를 함께 보내기 위해 애인인 다혜의 집을 찾는다. 그러나 이미 다혜와 함께 지낸 공간에는 춘희라는 낯선 여자가 살고 있다. 다혜가 살고 있던 방에서 변심한 애인(다혜)을 기다리기로 마음먹은 철수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이 다른 춘희와 같은 공간을 공유한다.
춘희는 보좌관 인공을 오랫동안 짝사랑했지만 그에게 다가가지 못한다. 사랑은 상대를 배려하는 것이라 믿는 춘희에게 인공은 닿을 수 없는 태양과 같다. 그를 멀리서 바라보며 간절히 원하지만 초라한 자신은 결코 그에게 사랑받을 수 없다고 믿는다. 그녀는 인공과의 로맨스를 상상하며 사랑의 가치를 맹종한다.
반면 철수는 화려한 외모의 다혜와 동거한다. 사랑은 육체적 교감과 소유라 믿는 철수에게 새로운 상대를 찾아 떠난 다혜는 배신자이자, 사랑을 불신하고 저주하게 만드는 존재이다. 그는 다혜의 결혼(변심)을 인정하지 못하고, 그녀를 다시 붙들기 위해 노력하지만 허사이다. 그는 한 공간을 공유한 다혜가 자신의 소유물이며, 소유했던 대상을 다른 이에게 뺏겼다는 사실에 크게 분노한다. 그는 다혜의 변심으로 인하여 사랑의 가치를 냉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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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수에게
새로운 상대를 찾아 떠난 다혜는 배신자이자,
사랑을 불신하고 저주하게 만드는 존재이다.
사랑의 가치를 냉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