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우미우 대신, ALEXANDRE DE PARIS
도쿄의 여자들은 머리 하나 묶는 데도 품격이 있다.
나는 그 사실을 신주쿠 이세탄 1층에서 깨달았다.
화장품 코너를 지나 헤어 액세서리 존 앞,
그곳은 거의 왕국이었다 — 리본, 바렛타, 집게핀이 줄지어 서 있는.
그중 하나를 손에 들었을 때, 나는 약간의 경외심을 느꼈다.
벨벳 장식 핀. 묵직했다.
가격표를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5만 엔. 쿠팡이었다면 7천 원짜리다.
그 순간, 머릿속 계산기와 허영심이 동시에 켜졌다.
“이 돈이면 미우미우 핀을 사겠네…”
그 말을 입 밖으로 내자, 마치 가게 조명이 한 톤 낮아지는 기분이었다.
그때였다.
직원이 내 마음을 읽은 듯 다가와 속삭였다.
“손님, 그거보다 이 화이트 집게핀이 훨씬 잘 어울리실 것 같아요.”
마지못해 꽂아보니— 놀랍게도, 잘 어울렸다.
그리고… 솔직히, 좀 예뻤다.
“이건요, 한 번 사면 10년은 쓰실 거예요.”
그녀의 마지막 멘트는 거의 주문 같았다.
하지만 내 통장은 바로 반격했다.
‘그건 당신 얘기고요.’
나는 “정말 예쁘네요…”만 남기고 미안한 마음으로 나왔다.
문을 닫는 순간, 쇼윈도 속 리본들이 날 비웃는 듯했다.
‘넌 아직, 우리를 살 자격이 없단다.’
며칠 뒤, 시부야의 어느 어패럴 회사 1층 카페.
세련된 사람들이 라떼를 세 번 휘젓고, 노트북을 열며 회의하는 그곳에서
나는 다시 그 로고를 봤다.
A. 아주 작고 반듯한 대문자.
한 명은 곱창 슈슈,
한 명은 거북등딱지 문양의 바렛타,
또 한 명은 아세테이트 집게핀.
모두 다른 디자인인데, 이상하게 같은 아우라가 흘렀다.
무언가 세 번 반복되면, 그것은 징조이거나… 아주 정교한 마케팅이다.
퇴근길, 회사 정문을 나설 때 또 한 명을 봤다.
유니폼 같은 셔츠, 단단한 걸음, 아무렇지 않게 묶은 머리.
그 머리 위에 조용한 A가 빛났다.
그 순간, 나는 알았다.
그녀들은 미우미우 대신 이 리본을 고른 거다.
로고는 작고, 광택은 고요하고, 화려하지 않지만
묘하게 ‘하이엔드’한 기운이 있었다.
“한 번 사면 10년은 쓴다”던 그 말이,
이제야 조금 설득력 있게 들렸다.
도쿄에서 ‘아무렇지 않게 예쁜 것’은
가장 고급스러운 일이다.
ALEXANDRE DE PARIS를 머리에 올린 여자는,
머리를 한 번 묶는 동작만으로
도시의 조명을 자기 편으로 만든다.
이 도시의 회사엔 꼭 한 명쯤,
머리 위에 조용한 A를 얹은 여자가 있다.
그건 과시가 아니라, 세련된 확신이다.
그 작은 마크 하나가 이렇게 말한다.
“나는, 알고 있는 여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