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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걸음씩, 천천히

취준생의 발악

by 메모리
항상 괴롭히는 꿈


내가 정신적으로 괜찮아질때까지는 꿈은 계속 나를 쫒아다니며 괴롭힐 것 같다. 더 이상의 괴롭힘을 받지 않기 위해서는 예전의 나로 돌아가야만 한다. 혼자여도 아무렇지 않고, 외로움을 느껴도 힘들지 않았고, 디스코드 그룹 사람들과 편안하게 얘기를 나누고 놀 수 있었던 그 때로 돌아가야만 한다. 조금이라도 신경쓰이고 불편하고 불안한 마음을 가라 앉혀야 한다.


D-5

토익 시험이 코 앞이다. 오늘은 부모님이 외가댁에 일이 있어서 아침 일찍 일어나 거실이 일찍부터 소란스러웠기에 덩달아 일찍 눈을 떴다. 그래봤자 12시 이전이긴 했지만, 아무튼 평소보단 일찍 일어나긴 했으니까.

내가 늦게 일어날걸 예상해 미리 점심 식사를 식탁위에 올려둔 것을 챙겨 후딱 먹고선, 비가 와서 쌀쌀한 날씨에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일찍이 스터디카페를 갈 준비를 마치긴 했다.


하지만 침대에 잠깐 누워있다는게, 쓸데없이 나태해져선 3시 즈음이 되고나서야 몸을 일으켰고, 누워있던 탓에 눌린 머리를 다시 살리고자 머리를 다시 감았고, 부모님이 돌아오시기 전에 얼른 나가야지 했지만 하필 머리를 한번 더 감은 타이밍에 부모님이 돌아오셨다. 그 덕분에 나는 오후 3시까지 밍기적 거리다가 일어나서 이제 씻은 것처럼 보이게 되었다. 어머니는 날 보고선 "아직도 안갔어?" 라며 다소 충격적인 말투로 나에게 물으셨고, 나는 "아니 엄마아빠 없으니까..." 라는 말로 대충 얼버부리고선 급하게 옷을 입고 밖으로 나가 카페로 향했다. 하필 또 비가 꽤나 오고 있어서 자전거도 타지 못해 걸어갈 수 밖에 없었는데, 카페로 향하는 길 조차 피곤함이 쌓이는 기분이었다.


카페에 도착해선 아주 조금이라도, 1%라도 내 머릿속에 지식을 채우고자 토익 책을 펼쳐선 눈으로 흝어보고, 문제도 풀어보며 집중을 하려고 노력을 했다. 하지만 나의 낮은 지구력과 집중력 탓에, 공부 10%. 딴짓 90%로 시간을 채워버렸다. 그래도 10%라도 한 나 자신을 칭찬하려고 한다. 게으르고 나태하고 집중도 못하는 못난 사람인 것도 맞지만, 조금이라도 하려고 노력은 했으니까. 정신승리처럼 보일수도 있겠지만, 여러가지 요소로 힘듦을 겪고있는 나에겐 작은 칭찬 한마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집에 돌아가기 전 나만의 루틴

밤 11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 되면 집에 돌아가곤 한다. 12시를 넘기기는 싫기도 하고, 조금이라도 집에 가서 컴퓨터를 하고 싶으니까. 시험까지 5일 밖에 남지 않았는데 이게 맞냐고 묻는 사람도 있겠지만, 뭐...부정은 안하겠다.


집에 돌아가기 전, 집 뒤쪽 놀이터 마당에 가방과 우산을 내려놓곤, 헬스장을 가지 못해 조금이라도 몸을 움직이기 위해 팔굽혀펴기와 턱걸이를 한다. 많이는 안하지만, 하루하루 조금씩 하다보면 그 갯수는 점점 쌓이고, 당연히 안하는 것보단 훨씬 나으니까. 조금씩이라도 열심히 하려고 한다. 그러고 나선 의자에 앉아 운동으로 인한 가파른 숨을 진정시키며 기도를 한다. 전 연인과 잘 풀릴 수 있게 해달라고, 남은 사람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게 해달라고, 내 앞에 있는 고난과 역경을 굳건하게 이겨낼 수 있는 힘을 달라고 기도를 한다.

사람이 정말로 힘들어지면 종교의 힘을 찾게 되는것 같다. 이 기도가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그리고 그 힘을 믿으며 한걸음 한걸음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은, 나 말고도 충분히 많지 않을까 싶다.


저마다의 방식

사람마다 받는 스트레스, 우울 등을 해결하는 방법은 제각각이다. 운동, 산책, 취미, 휴식, 군것질, 유흥. 다양하게 있다. 나 같은 경우는 운동과 취미인것 같다. 운동으로 머리속을 비우려 애를 쓰고, 게임과 레고 같은 취미생활을 통해 조금이라도 행복을 느끼려고 노력한다. 행복이라는 걸 느끼기 위해 발악하는 내 모습을 3인칭을 상상하면 가끔 웃기기도 하다. 행복이 뭐라고 이렇게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걸까. 물론 행복을 느끼면 삶의 원동력도 생기고, 부정적인 감정보다 긍정적인 감정이 더욱 많이 생겨 더 건강한 정신을 유지할 수 있겠지만, 사람이 무조건 적으로 행복해야 할 필요는 없다는 글을 sns에서 본 것 같다.


인생에는 행복만이 있을 수 없다고, 무조건적으로 장애도 같이 동반 된다고. 맞는 말이다. 앞 길이 꽃 길만 되어있는 사람은 거의 드물다. 각종 고난과 역경, 장애물로 가득한 길도 있고, 그 길 뒤에는 꽃밭이 있다가도, 다시 힘든 길이 반복되는 것이 보통 사람들의 인생 길이라고 생각한다.


여러가지 일로 삶의 원동력도 잃고, 행복감도 사라지고, 도파민도 사라지고, 긍정적인 생각과 행복, 기쁨은 거의 느끼지 못하는 지금의 나의 길 바닥에는 온갖 가시밭과 장애물,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고난과 역경의 연속이라고 생각한다. 당장은 너무 힘들고 지치고 죽을것 같아서, 그냥 죽는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긴 하지만, 어떻게든 살아남으려 노력하고 있다. 이렇게 하루하루 버텨내면, 분명 내 앞 길에는 꽃밭이 기다리고 있을거라고, 매일 밤마다 두 손 모아 간절히 드리는 기도, 이 모든 것들이 이루어질거라 믿음을 가지며, 아주아주 느리지만, 아주아주 천천히, 한걸음씩 나아가보려고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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