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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로 돌아간다면

미련이 가득 남은 취준생

by 메모리
타임머신이 있다면 반드시 돌아갈거야

영화나 만화에서 자주 보이는 타임머신, 작중 인물들은 원하는 시간대로 이동하여 자신들이 저지른 실수들을 되돌리거나 바로잡고는 한다. 물론 현실적인 작품이라면 과거를 건드리면 현실에도 영향이 간다는 리스크가 있긴 하지만, 아무렴 어때. 내가 저지른 실수들을 되돌릴 수 있다면 뭔들 상관이야. 지금의 나 또한 정말로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 내가 저질렀던 실수들을 하나하나 되돌리고 바로잡고 싶다. 진심으로. 만약


전 연인과 헤어지기 전 날. 내가 칭얼대지 않고 내 감정을 삼키고 더 웃으며 지냈으면

3주 간의 긴 잠수를 끝냈을때, 친구들에게 먼저 찾아가 얼굴을 비추고 사과를 했으면

내가 다니던 직장에서 아무리 힘들어도 조금이라도 더 버티고 끝까지 다녔으면

대학생 때 조금이라도 노력해서 미리 어학 자격증을 준비 해놨었다면

부모님의 뜻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내가 원하던 대로, 굳건하게 행동을 했었다면


모든 것을 되돌릴 수 있었다면 분명 나는 지금의 나보다 훨씬 더, 어마무시하게 행복해질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타임머신은 허구의 존재일 뿐. 현실에서는 과거로 돌아간다느니 그런 마법같은 일은 일어날리가 없다.

멈추지 않는 망상, 그리고 아쉬움과 후회

만화처럼, 영화처럼, 특별한 존재가 내 눈 앞에서 나타나선 "너가 원하는 것을 이루어줄테니 네 영혼을 조금만 줄래?" 라고 말하는 그런 상황. 그런 망상을 종종 하는데, 그럴때마다 나는 주저없이 수락할 것 같다. 영혼을 가져간다는데 그걸 수락하겠다고? 라고 물을테지만, 나에겐 영혼보다도 과거에 저지른 내 실수와 미련들이 더 아쉽고 후회스럽기 때문에, 되돌릴 수만 있다면 수명도, 영혼도 갖다 바칠 준비가 되어있다. 그렇게 한다면 분명, 지금의 순간보다 훨씬 더 행복해질 수 있을테니까. 확신할 수 있다.


전 연인과 계속될 수 있는 사랑

소중한 친구들과의 오랜 인연

힘든 버팀 끝에 채워지는 내 통장

노력 끝에 얻어지는 내 자격증

잠깐의 다툼 이후에 얻을 수 있는 내가 택한 길에 대한 후련함


이 모든 것들을 이루어내지 못했기 때문에, 지금의 나는 많이 망가지고 무너지고, 무기력해졌다. 어른들은 이런 내 모습을 보곤 의지박약, 의지부족, 집중력 부족, 게으름, 나태함, 지구력 부족 등으로 보겠지. 틀린 말도 아니기 때문에 나는 겸허히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이런 차갑고 가시 돋은 말 보단, 따뜻하고 포근한 위로와 응원을 더 듣고싶기는 하다.


겸허히 받아들이는 현실


헛된 망상은 멈춰야 한다. 아무리 머릿속으로 생각을 해도, 돌이킬 수 없다. 엎지른 물은 주워담을 수 없다. 하지만 다시 물을 채울 수는 있다. 과거의 아쉬움과 후회를 밑거름 삼아, 조금이라도 더 나은 나의 앞길을 위해 앞으로, 천천히, 한걸음씩 나아갈 수 밖에 없다.


가슴 아픈 경험은 다음에 있을 사랑에선 더욱 끈끈하게

나의 실수로 인한 멀어짐은 다음에 있을 만남에선 더 친근하게

다음 직장에선 어떤 고난과 역경도 버틸 수 있게

지금이라도 천천히, 나의 어학 능력을 키워나가게

내 앞길에 있을 수 많은 선택지에선 나의 주관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느님께 늘 진실된 마음으로 기도를 드리고, 나 자신을 믿고, 나 자신을 조금 더 아끼고 사랑하면서 하루하루를 버티다보면 분명 나에게도 밝은 빛이 기다리고 있을거라 믿는다. 물론 하루하루 버티면서 부정적인 생각과 슬픈 기억들이 내 머릿속을 덮치겠지만, 그럴때마다 잠시 주저앉을 순 있어도, 다시 일어나려고 노력을 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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