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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등감

내 주변엔 대단한 친구들이 많다

by 메모리
쟤는 저걸 잘하는데, 나는 뭘 잘하지...?


몇 년 전부터 오래 알고 지낸 친구들이 있다. 마냥 즐겁게 놀고, 게임하고, 만나서 술 한잔도 하고 그랬던 친구들이었기에 깊은 생각 없이 잘 지냈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취업이라는 큰 장벽을 넘어야 하는 나는 어느 순간 친구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 명문대 나온 친구

- 컴퓨터 프로그램을 잘 다루는 친구

- 그림을 잘 그리는 친구

- 운동을 잘하는 친구

- 공부를 잘하는 친구

- 매사에 성실하고 부지런한 친구

- 취업 후 안정적인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친구


내 눈에 보이던 친구들 개개인마다 잘하는 특기들이 유난히 톡 튀어 보이기 시작했고, 그런 특기들과 나 자신과 비교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게이머들 사이에선 빠질 수 없는 통화 프로그램, DISCORD (디스코드)에서 새벽에 대화를 나누며 각자 할 일을 하다가, 한 명의 친구가 회사 얘기와 더불어 현생에 관련된 얘기가 나왔다. 그 친구는 3D모델링 관련 회사를 다니고 있었고, 실력 또한 출중했다. 관련 분야에 관심이 있던 다른 친구가 질문을 하니 거침없이 답변을 해주면서 조언도 해주는 모습이 너무 멋있었고 부러웠다. 하지만 그 와 동시에 크나큰 열등감이 느껴진 것이다.


"저 친구는 벌써 저렇게 까지 성장했는데, 나는 뭘 하고 있는 걸까"


나는 하던 일을 멈추고, 깊은 생각에 빠졌다. 게으름에 빠져서 공부도 제대로 하고 있지도 않는 토익 공부, 히라가나 가타가나도 겨우 외우면서 한자는 거의 무지한 일어 공부, 이것들이 과연 나를 행복하게 해 주는 걸까? 물론 이뤄낸다면 나를 표현하는 방법이 더 다양해지고,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을 순 있겠지. 하지만 모르겠다. 당장에 내가 이것들이 죽도록 필요하다고 생각이 들지도 않고, 이것들을 공부할 시간에 아무 데나 취업을 해서 일을 다니며 돈도 벌고, 물경력이라도 좋으니 경력을 쌓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부모님은 토익은 무조건 따야 한다는 지긋지긋한 잔소리에, 한숨을 푹푹 내쉬면서 게으르게 공부를 해간다.


대단한 친구들 사이 속 작아지는 나

내 눈에는 친구들 개개인마다 각자 잘하는 특기들이 보인다. 실제로 얘기를 나누다 보면 특정 특기 관련 얘기도 나오는데, 그 주제에 관해 잘 알고 있는 친구가 얘기하는 것을 들어보면 대단하고 멋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생소한 전문용어가 술술 나오는 건 아니지만 막힘없는 설명과 본인의 얘기에 확신을 가지고 얘기를 하는 모습이.


내 친구들은 다들 훌륭하다. 멋있다. 자랑스럽다. 어디 가서 자랑을 해도 부족하지 않을 친구들이다. 하지만 그런 친구들 사이에서, 잘하는 것도 없고, 특기도 없고, 특별한 지식도 자격증도 없는 나는 한 없이 작아지고 볼품없는 사람이 될 뿐이다.


훌륭하고 멋진 친구들 사이에서 부족하고 자랑스럽지 않은 친구가 되고 싶지는 않다. 그렇기 때문에, 남들 다 흔히 하는 영어, 토익 공부라도, 정말 하기 싫고 관심도 크게 없고, 부모님의 잔소리 때문에 더욱 싫어지지만, 이거라도 준비를 해서, 조금이라도 지식을 쌓아서, 나 자신에게 하나의 특기를 만들어내고 싶다. 준비를 해두면 어딘가에는 쓸데가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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