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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푼푼 Aug 24. 2023

로큰롤 택시기사님

한국에 방문한 지 벌써 며칠이 지났다.


약속에 늦지 않기 위해 카카오 택시를 불러보려던 나는 핸드폰 공인인증서 등 여러 절차에 파묻혀 15분의 사투 끝에 결국 포기했다. 짜증이 살짝 났다.


결국 전화로 콜택시를 불렀고 택시는 금방 집 앞에 도착했다. 약속에 간신히 늦지 않게 된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택시에 탔다.


한국 택시에 타 본 것은 오랜만이어서 정겨운 마음이 곧 들었다. 차 안에서는 로큰롤 음악이 계속 흘러나오고 있었다.


택시 기사님은 수동 기어를 아주 멋지게 변속하시면서 프로다운 운전 솜씨를 뽐내셨다.


클래식이었다.


미국에서 산지 십 년이 훨씬 넘은 나는 이런 것들이 너무 그리웠다.


로큰롤 음악은 계속해서 나왔다. 오늘 라디오 스테이션 주제가 로큰롤인가?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근데 이게 웬걸?


기사님은 자신의 아이폰에서 무수한 플레이스트를 가지고 있었다. 신호 대기 중 무엇을 들을지 빠르게 검색하더니 하나의 플레이리스트를 선택했다.


신호는 파란 불로 바뀌었고 기사님은 다시 로큰롤 분위기의 음악과 함께 질주를 시작했다.


난 기사님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50-60대 정도의 나이에 짧은 스포츠머리. 반팔 체크 남방에 마르지만 활력있어 보이는 체구였다.


기사님은 왕년에 로큰롤 세대였던 것 같다. 기사님은 밴드에서 활동하셨을까? 아님 음악을 좋아하는 리스너였을까? 수십 개의 플레이스트가 채워진 기사님의 차 안 공간은 매일 조그만 행복을 느끼며 일할 수 있는 안식처로 보였다.


차는 어느덧 목적지에 다다랐다. 궁금한 게 많았지만 기사님께 말을 걸진 않았다. 그분의 음악감상을 방해하고 싶지도 않았고, 상상 속의 기사님으로 남겨두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팁도 없고 미국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택시비에 난 감동하며 차에서 내렸다. 기사님과는 언제일지 모를 다음을 기약하며 쿨하게 인사하고 우리는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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