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늘마루 May 27. 2024

1980~90년대 시각디자이너의 위상

1980년~1990년대 시각디자이너의 사회적 위상은 열악함의 자체!


한국의 1980년~1990년대 시각디자이너의 사회적 위상은 열악함의 그 자체!


1980년대와 1990년대 한국의 시각디자이너들의 위상은 급속한 경제발전과 문화적 변화로 인해 큰 격동의 변화를 겪었다.

처음 충무로에 발을 디딘 때는 1983년이었다. 학생으로서 친구들과 애니메이션회사에 채색 알바를 하느라고 수업 후 충무로를 들락거렸었다. 그 당시만 해도 충무로는 정신없이 복잡하였고, 수작업으로 디자인을 하던 때라 필름집, 제판집, 식자집(서체를 기계로 일일이 찍어 인화지로 출력), 인쇄소, 종이집, 제본집... 삼발이 배달, 자전거, 오토바이 배달로 정신이 없었던 시기였다. 또 영화사, 영화인들이 충무로 골목마다 복잡거렸다


지금이야 주 5일제로 여유로운 직장생활이지만 그 당시 충무로는 체력전이었다. 일주일 꼬박 일하고 어떤 곳은 한 달에 두 번만 쉬는 곳도 있었으니까. 근로기준법에 대한 기준이 충무로의 열악한 기획실(디자인실)에 적용이 안되었던 시기였다. 밥먹듯이 철야작업을 하였고 선거철이면 충무로 5번 출구 근처 “미니여관”(지금은 지중해빌딩)에서 쪽잠을 자고, 다시 일을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편집디자인을 하려면 수작업 시대라 에어브러시로 일러스트를 그리고 파란 방안대지에 식자 인화지를 따 붙이느라고 한참을 작업하다 보면 고개를 들 수 없을 정도로 목이 마비증세가 올 정도였다. 수작업을 하려면 레터링펜, 삼각자, 30cm 자, 딱풀, 커터칼은 꼭 필요한 도구였다.


1980년대 한국은 활발한 산업화와 근대화의 시기를 거치면서 다양한 산업 분야에 걸쳐 디자인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였다. 시각디자이너는 기업을 위한 홍보 자료, 포장, 광고 및 기타 시각적 커뮤니케이션 도구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으나, 디자인 분야는 기존 산업에 비해 아직 상대적으로 초기 단계였으며, 디자이너는 인지도, 교육, 자원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


1990년대 들어서면서 본격적으로 세계화와 한국 경제의 성장으로 인해 디자인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였고, 기업들은 국내외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 브랜딩과 마케팅 전략에 더욱 중점을 두기 시작하였다. 이로 인해 시각디자이너가 주목할만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다국적 기업과 협력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기 시작하였다.


또한, 이 기간 동안 디자인 학교와 교육 프로그램이 설립되면서 해당 분야의 전문화에 박차를 가하였고, 더 많은 디자이너가 디자인 원리와 기술에 대한 정식 훈련과 교육을 받음에 따라 디자인 작업의 질이 향상되었고 디자이너는 창조 산업에 대한 기여에 대해 더 큰 인정을 받게 되었다. 디자인 전문 서적이 본격적으로 수입되기도 하고 전문 ‘디자인’ 잡지가 발행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발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시각 디자이너들은 여전히 긴 근무 시간, 낮은 급여, 일부 분야의 디자인 가치에 대한 인식 부족 등의 과제에 직면해 있었다. 나의 첫 월급(1984년 초)이 15만 원부터 시작되었으니 무슨 말을 더 하겠는가. 내 기억으로 당시 일반 기업 초봉이 30~40만 원이었다. 많은 디자이너들은 선진국에 비해 디자인 리소스와 기술에 대한 접근이 제한되어 어려움을 많았던 시기였다.


1988년 올림픽을 기점으로 일반인들에게도 시각디자인의 필요성이 본격적으로 인식이 되었고, 시각디자인의 중요성이 부각되기 시작되었다. 1990년 초 본격적으로 디자인 사무실에 매킨토시가 보급됨으로써 편집디자이너가 혼란을 겪기도 하였고, 프로그램을 배워 적용하느라고 고생도 하였다. 수작업을 탈피하는 시기가 되었다. 맥을 사용하던 초반에도 고생은 여전하였다. 플로피디스크, 외장하드가 없어 본체를 들고 출력실을 가기도 하였고, 밤새워 일한 작업(데이터)을 “대치시킵니다”에 다 날아가기도... 지금 생각하면 컴퓨터의 발전이 디자인 발전에 큰 기여를 하였다.


전반적으로 한국의 시각디자이너의 위치는 한국의 경제적, 문화적 변화를 반영하였으며, 디자이너는 전통문양, 시각적 풍경을 형성하고 산업디자인이라는 명목으로 페케이지, 포장디자인, 제품디자인, 편집디자인 등 시각디자인 성장에 기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되면서 시각디자이너의 위상이 점점 올라가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작가의 이전글 충무로 붙박이 30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