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란 무엇일까: 학교에서 배운 것과 회사에서 쓰는 것

나의 일상

by 싸이진


학교에서 배운 UX는 늘 ‘목적’이었다

학교에서 배운 UX는 꽤 정직했다.

사람을 이해하고, 불편함을 줄이고, 더 나은 경험을 만드는 일.

이 문장은 수업 시간마다 거의 전제처럼 깔려 있었다.

사용자는 늘 중심에 있었고, 과제를 할 때면 늘 사용자에 대해서 생각하며 경험을 설계해 나갔다.

페르소나를 만들고, 여정을 그리고, 각 단계마다 나는 항상 생각했다.

“이 지점에서 사용자는 어떨까?”

그 과정 자체가 UX 기획자의 일처럼 느껴졌다.

그때의 UX는 따뜻했고, 말도 예뻤다.“공감”, “배려”, “맥락”. 슬라이드 어디에 올려도 무리가 없었고,

발표를 마치면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단어들이었다.


회사에서 UX는 ‘수단’이 됐다

회사에 와서 UX를 다시 만났을 때,결은 분명 달랐다.

UX는 여전히 중요했지만, 이제는 단독으로 존재하지 않았다.

항상 기획, 개발, 사업, 운영 사이 어딘가에 끼어 있었다.

회의에서 UX 이야기를 꺼내면 곧바로 이런 질문들이 따라왔다.

“이게 전체 시스템 구조랑 맞아?”
“지금 스프린트에 넣기엔 공수가 너무 크지 않아?”

UX는 여전히 중요했지만, 혼자서 결정될 수 있는 자리는 아니었다.

학교에서는 사용자 여정을 그렸는데, 회사에서는 일정표부터 보게 되었고 리서치를 하고 싶지만 이미 답은 정해져 있어 버린다. UX가 중요하다는 말은 모두가 하지만, 막상 우선순위에서는 늘 뒤로 밀려버린다.

처음엔 그 간극이 꽤 크게 느껴졌다.
내가 배운 UX는 사람을 중심에 두는 일이었는데, 회사에서의 UX는 숫자와 구조, 속도 사이에서 계속 자리를 옮겼다.

“이건 UX가 아니라 그냥 타협 아니야?” 혼자 속으로 그런 말을 삼키는 순간들도 있었다.


그 수단이 어디까지 가능한지 배우는 중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조금 다른 장면들이 보였다.

UX가 밀려난다고 느꼈던 그 내용들-공수, 일정, 구조-은 사실 회사가 작동하는 방식의 언어라는 것도.

누군가는 전체를 책임지고 있었고, 누군가는 지금 당장 돌아가야 할 시스템을 보고 있었다.

UX는 그 안에서 단독 주제가 아니라, 여러 목적을 연결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놓여 있었다.

요즘의 나는 UX를 ‘지키는 사람’이라기보다는 회사라는 시스템 안에서 UX가 어디까지 설 수 있는지를 하나씩 확인해보는 사람에 가깝다.

예전처럼 말은 예쁘지 않을지도 모른다. 슬라이드에 올리기 좋은 단어도 줄어들었다.
대신, 어떤 제안은 왜 이번엔 안 되는지, 어떤 선택은 왜 여기까지만 가능한지를 조금씩 알게 된다.

그게 성장인지, 타협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다만 지금의 나는 UX를 배우는 동시에, 회사를 배우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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