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일상
혼자 정리할 때는 괜찮다. 모니터 앞에 앉아 있을 때는 화면도 flow도 또렷하게 떠오른다.
이 버튼은 여기 있어야 하고, 이 흐름은 이 순서여야 한다는 이유도 안다.
왜 이렇게 설계해야 하는지까지는 이미 한 바퀴 다 돌려본 상태다.
그런데 회의에서 “이 화면 기획의도 설명해 보세요”라는 말이 나오면 그 순간부터 이상해진다.
머릿속에 나의 사고의 흐름을 누군가가 막아 놓은 것처럼 단어가 흐려지고 말이 나오지 않는다.
방금 전까지 분명히 떠올리고 있던 말들인데 입으로 부르려는 순간, 이 내용을 적절하게 설명할 UX용어들이 머릿속에서 사라진다.
최근 화면 기획 회의에서도 그랬다. 기능을 어떤 화면 구조로 풀어낼지 이야기하는 회의였다.
내 머릿속에서는 이미 첫 화면에서 사용자가 무엇을 보고 어디를 눌러야 다음 행동으로 갈지 흐름이 꽤 선명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설명을 하려니 다이나믹 UI와 같은 말들이 끝내 나오지 않았다. 대신 입 밖으로 나온 건 “사용자에 맞추어 변경…” “헷갈리지 않게…” 같은 문장들이었다.
말은 틀리지 않았지만 어딘가 계속 부족한 느낌이 남았다. 내가 알고 있는 걸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 보면 ‘설명한다’는 건 아이디어를 더 만들어내는 행위라기보다는 이미 떠올린 사고를 정리된 언어로 제출하는 일에 가깝다.
나는 평소에 UX 개념을 설명용 단어라기보다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쓰고 있는 것 같다. 이게 직관적인지, 이 흐름이 부담스럽지 않은지, 이 타이밍이 너무 빠르지는 않은지. 말로 부르지 않아도 머릿속에서는 이미 계속 쓰고 있었다.
하지만 설명을 할 때는 그 판단을 하고 있는 나와 동시에 그 판단을 정확한 개념어로 꺼내 말하는 나까지한 번에 요구된다.
그래서 요즘에는 이런 쪽으로 생각이 흐른다.
이게 언젠가는 저절로 괜찮아지는 종류의 일일까. 아직 설명하는 나로 연결할 만큼의 여유가 말을 꺼내는 순간까지는 같이 따라오지 못하는 걸까.
회의를 하다 보면 방금 전까지 화면에 붙어 있던 시선이 어느 순간 사람들 쪽으로 옮겨간다.
고개를 끄덕이는지, 표정이 바뀌는지를 살피다 보면 내가 처음에 왜 그 화면을 그렇게 생각했는지는 조금씩 뒤로 밀린다.
그 사이에 설명을 위한 개념어는 가장 먼저 흐려진다.
판단은 남아 있는데 그걸 부를 이름만 멀어지는 느낌.
그래서 요즘 내가 찾고 싶은 건 말을 더 또렷하게 만드는 방법이라기보다 생각하던 상태를 설명하는 순간까 지 어떻게 같이 데려올 수 있을지에 가깝다.
아직은 정확한 답은 없다. 이 간격을 알아차리고, “아, 지금 나는 생각 쪽에 아직 서 있구나” 하고 인식하는 일부터가 지금 단계의 나에게는 나름의 진전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