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I설계에서 벤치마킹이 늘 출발점이 되는 이유

사용자 경험과 심리 이야기

by 싸이진

새로운 기능을 맡으면, 가장 먼저 경쟁사 화면부터 연다

신규 기능이나 신규 서비스 기획이 시작될 때면, 거의 비슷한 장면이 반복된다.

경쟁사, 유사 서비스, 해외 사례를 찾아보며 화면 캡처를 정리하고, 플로우를 훑어본다.

이 과정은 딱히 의식하지 않고 진행된다.

“일단 비슷한 서비스 뭐 있는지부터 보자”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이유를 곱씹어 보면, 업무의 기본 동선처럼 느껴졌기 때문인 것 같다. 출발선에 서면 자동으로 그 방향을 향해 걷게 되는 느낌에 가깝다.

레퍼런스 수집은 거의 반사처럼 이어진다. 버튼 위치, 화면 전환 방식 같은 것들이 빠르게 모인다. 이 과정은 일을 시작하기 위한 최소한의 준비 동작인 것 같다.


너무 새로운 UI가 자연스럽게 뒤로 밀리는 순간

기획 회의에서 너무 새로운 UX/UI가 제시되면 종종 비슷한 말들이 등장한다.

“사용자가 헷갈려서 이탈하지는 않을까요?”

“사용자가 바로 이해할까요?”

아이디어가 완전히 새로울수록 이런 문장들은 더 자주 붙는다. 새롭다는 생각과 동시에, 새로보는 화면에 사용자가 멈출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따라붙는다.

이런 장면을 몇 번 겪다 보면, 신선함이 곧바로 사용자의 부담으로 해석되는 순간들이 쌓인다. 그때부터 그 기능의 UX/UI는 자연스럽게 이미 익숙한 화면들로 수정되어가고 점점 벤치마킹을 한 자료들과 유사해져 간다.


벤치마킹은 사용자의 멘탈모델 가설을 흔들지 않을 수 있는 기반이다

우리가 벤치마킹을 자연스럽게 하는 이유 혹은 새로운 UI를 자연스럽게 배제시키는 이유에 이름 붙이자면, 인지심리에서 말하는 멘탈모델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인지심리에서 말하는 멘탈모델은, 사람이 어떤 시스템을 마주할 때 ‘이건 이렇게 작동할 것 같다’고 미리 그려두는 내부의 가설에 가깝다.

이 개념은 사람들이 세상을 매번 새로 해석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인간은 복잡한 환경을 빠르게 이해하기 위해,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단순화된 내부 지도를 만들어 둔다. 그리고 새로운 대상이 등장하면, 그 지도에 맞춰 일단 행동해 본다.


UI를 볼 때도 마찬가지다. 사용자는 화면을 하나하나 분석하지 않는다. 이 버튼은 눌릴 것 같고, 이 위치에 있으면 다음 단계일 것 같다는 식으로 이미 가지고 있는 이해를 빠르게 대입한다.

화면을 이해하려 애쓰기보다는, 이미 익숙한 흐름에 몸을 맡긴 채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사용자는 특별히 만족하지도, 불만을 느끼지도 않은 채 기능을 통과한다.


실무에서 우리가 자동적으로 멘탈모델을 신경 쓰는 이유는, 사용자가 이해하지 못하는 순간이 곧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걸 너무 자주 봐왔기 때문일 것이다.
버튼 하나, 화면 하나에서 멈추는 그 짧은 순간이 생각보다 쉽게 사용을 끝내버린다는 걸 경험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기획 단계에서부터 우리는 묻는다.

이 화면을 처음 보는 사람도, 굳이 고민하지 않고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을까.

설명을 읽지 않아도, 튜토리얼을 보지 않아도 “아, 이런 거구나” 하고 손이 먼저 움직일까.

이 질문에 가장 빠르게 확신을 주는 게 이미 여러 번 반복되어 온 화면들이고, 그래서 벤치마킹은 점점 더 설계의 출발점이 된다.


이 지점에서 벤치마킹은 조금 다른 의미로 보이기 시작한다. 기획단계 초기에 준비 동작이나 단순히 남들이 하는 방식을 따라 하는 일이 아니라, 사용자가 이미 만들어 둔 내부의 가설을 최대한 건드리지 않기 위한 장치였던 것은 아닐까. 이 화면을 보면 이런 일이 일어날 것 같다는 예상이 그대로 맞아떨어지도록, 그 기대를 어긋나지 않게 맞춰줄 수 있도록 하는 사전 조사인 것이다.


그래서 벤치마킹은 새로운 걸 만들기 전에,사용자가 이미 이해하고 있다고 믿는 세계를 먼저 확인하는 작업인지도 모른다.


Reference

1. Donald A. Norman – The Design of Everyday Things

https://www.nngroup.com/articles/mental-models/

2. About Face: The Essentials of Interaction Design, 4th Ed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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