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에서 말하는 '직관성'은 무엇일까

사용자 경험과 심리 이야기

by 싸이진

‘직관성’은 왜 UX의 기본 전제가 되었을까

UX를 이야기할 때 ‘직관성’은 거의 빠지지 않는 단어다. 특히 안전과 직결되는 시스템에서는, 이것이 선택지라기보다 전제처럼 다뤄진다. 내비게이션, 항공·의료 장비, 산업용 기계의 조작 버튼처럼 한 번의 판단 지연이나 오해가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환경에서는 더 그렇다.

이런 시스템을 설계할 때 반복해서 등장하는 말들이 있다.

“사용자가 생각하지 않게 만들어야 한다.”
“한눈에 들어와야 한다.”

이 표현을 처음 들으면, 사용자를 지나치게 수동적인 존재로 가정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사용자가 놓인 상황이 이미 충분히 복잡하다는 사실을 전제로 한 말에 가깝다.

사용자는 언제나 여유로운 상태에서 제품을 마주하지 않는다. 급한 길 위에서 방향을 확인하고 있을 수도 있고, 동시에 여러 판단을 내려야 하는 작업 중일 수도 있다. 그 상태에서 UX가 또 하나의 해석 과제나 선택지를 던진다면, 그것만으로도 사용자는 한 단계를 더 넘어야 한다. 안전과 직결되는 UX에서 직관성이 강조되는 이유는, 바로 이 ‘추가 단계’를 최대한 만들지 않기 위해서다.


Cognitive Load와 ‘직관성’의 관계

그렇다면 왜 이 추가 단계는, 특히 복잡한 상황에서 더 큰 부담이 될까.

이 질문은 인지적 부하(Cognitive Load)라는 개념을 떠올리면 조금 선명해진다.

인지적 부하는 사람이 작업을 수행할 때 작업 기억(working memory)에 얼마나 많은 정보가 동시에 올라와 있는지를 설명하는 개념이다. 이 개념은 교육심리학자 **John Sweller**가 정리한 이후, 학습 설계뿐 아니라 UX와 HCI 영역에서도 자연스럽게 차용되어 왔다.

요지는 단순하다. 사람은 한 번에 많은 생각을 하지 못한다.

UI가 복잡해질수록 사용자는 ‘이게 뭔지’, ‘어디를 눌러야 하는지’, ‘지금 내가 맞게 하고 있는지’를 동시에 처리해야 한다. 각각은 따로 보면 사소한 질문이지만, 한 화면 안에서 겹치는 순간 작업 기억에는 분명한 부담이 된다.

여기에 사용자가 처한 상황 자체가 이미 복잡하다면, 그 상황 역시 작업 기억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운전 중이거나, 긴장한 상태이거나, 다른 판단을 병행하고 있는 경우라면 UI를 이해하는 데 쓸 수 있는 인지 자원은 더 줄어든다. 그래서 이 맥락에서의 직관성은 이미 부족한 인지 자원을 더 이상 소모하지 않게 만드는 조건에 가깝다.


하지만 우리는 일상적인 앱에서도 ‘직관성’을 요구한다

그런데 이 설명만으로는, 우리가 일상적인 앱에서도 같은 요구를 하는 이유를 모두 설명하기는 어렵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고위험 상황이 아닌데도, 우리는 일상적인 디지털 제품에서 여전히 직관성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앱이나 웹 서비스는 한 번의 실수가 곧바로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만 복잡해져도 사람들은 빠르게 불편함을 느끼고, 쉽게 떠난다.

이 지점에서는 직관성이 조금 다른 이유로 필요한 것처럼 보인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인지적 한계라기보다, 인지적 성향에 가깝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가능하면 생각을 아끼려는 존재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인지적 구두쇠(Cognitive Miser)’라고 부른다.

복잡한 판단을 요구받을 때, 더 나은 결정보다 덜 생각해도 되는 선택을 먼저 택하려는 경향이다.

인터넷이나 앱 환경에서는 이 성향이 더 강하게 드러난다. 굳이 애써야 할 이유가 없고, 대안은 언제나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상적인 디지털 UX에서의 직관성은 사고를 막기 위한 장치라기보다, 좌절이 생기기 전에 흐름을 유지하기 위한 장치에 가깝다. “이해해야 한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 사용자는 이미 반 발짝 물러난다.


같은 ‘직관성’, 다른 이유

UX에서 말하는 직관성에는 사실 두 가지 서로 다른 이유가 겹쳐 있는 것 같다.
1️⃣어떤 맥락에서는 사용자가 이미 너무 많은 것을 처리하고 있기 때문에 필요하고,2️⃣어떤 맥락에서는 사용자가 더 이상 처리하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에 필요하다.


전자는 인지적 부하를 관리하지 않으면 실수나 위험으로 이어지는 상황이고,
후자는 인지적 노력을 요구하는 순간 관계가 바로 종료되어 버리는 상황이다.


생각해 보면 UX에서 직관성은 하나의 미덕이라기보다, 서로 다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반복해서 호출되는 단어인 것 같다.

하지만 필요한 이유는 다르지만 결과적으로 '직관성'이 줄이려는 것은 늘 같을지도 모른다. 사용자가 감당해야 할 ‘생각의 양’이다.



Reference

1. Donald A. Norman – The Design of Everyday Things

2. George Miller-The Magical Number Seven, Plus or Minus Two

3. https://itco.tistory.com/111?utm_source=chatgpt.com

4. https://en.wikipedia.org/wiki/Cognitive_miser?utm_source=chatgp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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