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옆에 남긴 메모
UX 법칙은 대부분 “~~이렇게 디자인 해야 한다”라는 문장으로 끝난다.
버튼은 이렇게 배치해야 하고, 선택지는 줄여야 하고, 익숙한 패턴을 유지해야 한다는 식이다.
그래서, 왜 그래야 하는 걸까?
이유가 빠진 UX 법칙은 누군가 기획이나 설계를 누군가에게 설득하기 힘들어진다.
“UX/UI 설계할 때 보통은 이렇게 해요”라는 말은 설득력이 없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이 지점에서 UX/UI 법칙만으로는 부족했고 심리학이 그 공백을 메꿀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이다.
이 책에서 인상적이었던 건 심리학이 새로운 UX 법칙을 만들어주지는 않는다는 점이었다.
대신 심리학은 이미 우리가 알고 있던 UX 법칙 옆에 이유를 붙여준다.
UX 법칙이 “UXUI를 ~이렇게 설계해야 한다”를 말해준다면,
심리학은 "UX 설계 원칙을 따라야 하는 이유는 인간의 ~ 심리적 이유 때문이다" 로 법칙을 설명한다.
UX 법칙만 있을 때는 그저 ‘권장사항’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심리학이 붙는 순간, 그 선택은 설명 가능한 설계 논리가 된다.
이때부터 UX는 잘하면 좋은 것이 아니라, 안 지키면 왜 문제가 생기는지를 말할 수 있는 영역이 된다.
흥미로웠던 글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UX 법칙에서는 사용자는 익숙한 방식으로 작동하는 인터페이스를 선호한다고 말한다.
처음엔 이 문장이 너무 당연하게 느껴졌다.
사람은 원래 새로운 걸 싫어하니까, 정도로.
그런데 심리학에서는 이 익숙함을 ‘스키마’라는 말로 설명한다. 이미 머릿속에 형성된 인지 구조다.
문제는 새로운 UI가 나쁘냐 좋으냐가 아니다.
익숙한 구조를 다시 학습해야 하는 인지 비용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모바일 앱에서 하단 탭 내비게이션이 다 비슷하게 생긴 이유, 구글 검색 결과 페이지의 레이아웃이 크게 바뀌지 않는 이유도 여기서 설명된다.
익숙함은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사용자가 감당해야 할 인지 비용의 문제다.
선택지가 많을수록 결정 시간은 길어진다는 법칙은 UX에서 자주 인용된다.
하지만 이 법칙만으로는 “그래서 선택지를 줄이자”로 끝나기 쉽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선택 과부하와 결정 회피 개념이 붙으면 이 장면이 조금 달라진다.
선택지가 많아지면 사람은 단순히 고민을 오래 하는 게 아니라, 아예 결정을 미뤄버리기도 한다.
넷플릭스의 화면을 떠올려보면, 수많은 콘텐츠가 있지만 결국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오는 건 “지금 바로 보기”다.
이커머스에서 필터를 한 번에 다 보여주지 않고 단계별로 나누는 것도 같은 맥락인 것 같다.
선택지를 줄이는 건 디자인을 단순하게 보이게 하려는 게 아니라, 결정을 포기하지 않게 만드는 장치다.
폰 레스토프 효과는 여러 자극 중에서 유독 눈에 띄는 하나가 더 잘 기억된다는 개념이다.
UX 맥락에서는 강조된 버튼, 색이 다른 요소, 튀는 배지가 여기에 해당한다.
처음엔 이 역시 “중요한 건 눈에 띄게 만들면 된다”는 디자인 요령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심리학에서 말하는 선택적 주의력 개념이 붙으면서 이 법칙의 의미가 조금 달라진다.
사람은 화면에 있는 모든 정보를 동시에, 공평하게 보지 않는다.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이미 정해진 몇 가지에만 주의를 배분한다.
그래서 문제는 ‘강조를 했느냐 안 했느냐’가 아니라, 무엇에 주의를 쓰게 만들 것인가에 가깝다.
폰 레스토프 효과는 주의 자원이 제한된 상황에서 디자이너가 어떤 선택을 대신 해주고 있는지를 드러낸다.
예를 들어 결제 화면에서 가장 중요한 버튼 하나만 색을 다르게 쓰는 이유, 알림 목록에서 읽지 않은 항목만 시각적으로 구분하는 방식도 그렇다.
모두 사용자가 “이 중에서 뭘 봐야 하지?”라고 매번 판단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설계다.
UX 법칙만 있을 때는 “그냥 그렇게 하는 게 맞다”라는 말로 끝날 수 있다.
하지만 심리학이 붙는 순간, “사람이 여기서 힘들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UX에서 심리학은 설득을 가능하게 하는 언어에 가깝다.
누군가를 이기기 위한 논리가 아니라, 왜 이 선택을 해야하는지 차분하게 말할 수 있는 언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