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 동기를 만들어주는 것까지도 UX일까?

사용자 경험과 심리 이야기

by 싸이진

새로운 기능 아이디에이션을 하거나 컨셉회의할 때 사용 플로우 설계를 해가면 간간히 다른 팀으로부터의 피드백이 들어온다.

“근데 이 기능 사람들이 많이 쓸까요?”

그때마다 드는 고민.

쓰는 동기를 만들어주는 것도 UX일까?


이미 쓰기로 마음먹은 사용자를 전제했다

지금까지 내가 경험한 대부분의 UX/UI 설계는 비슷한 전제를 깔고 있었다.

예비 사용자는 이미 서비스를 쓰기로 마음먹었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일은 하나다. 최대한 덜 불편하게, 덜 헷갈리게 만드는 것.

로그인 화면을 설계할 때도, 온보딩을 정리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UX는 ‘들어온 이후’를 책임지는 역할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실제 사용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이 전제는 자주 흔들린다.

다운로드 버튼 앞에서 멈춘 사람들, 동의 페이지 첫 단계에서 나가버린 사람들.

사용 이전의 망설임은 정말 UX가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걸까? 아니면 우리가 책임에서 제외해 온 걸까?


동기는 UX가 설계할 수 있는 대상일까

동기는 보통 개인의 맥락에서 생긴다. 필요, 상황, 감정, 타이밍 같은 것들이 얽혀 있다.

Self-Determination Theory에 따르면, 동기는 개인의 맥락과 심리적 욕구에서 형성되며 환경은 그 동기를 만들어내기보다는 촉진하거나 방해하는 역할에 가깝다.

이 관점에서 보면, 환경을 조성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인 UX는 사람의 필요나 욕구 자체를 대신 만들어야 한다는 기대는 처음부터 무리한 책임일지도 모른다.


디자인 심리학의 저명한 도서인 The Design of Everyday Things에서 말하는 UX도 “쓰고 싶게 만드는 욕망”에 가깝기보다는, “쓸 때 헷갈리지 않게 만드는 것”에 훨씬 가까웠다.

하고 싶다는 마음이 이미 있다는 전제 아래, 그 마음이 좌절되지 않도록 만드는 설계에 집중한다는 인상이다.

동기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보다는, 동기가 있을 때 실패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 중심에 있었다는 느낌이다.

UX는 동기를 생성하기보다는, 동기가 행동으로 바뀌는 과정의 저항을 낮추는 역할에 가깝다.


동기를 만들기보다, 마찰을 줄이는 역할

정리해 보면, UX가 비교적 명확하게 기여할 수 있는 지점은 이렇다.

환경 조성을 통해 이미 존재하는 동기를 더 쉽게 시작하게 만들고, 첫 행동에서 느끼는 불안을 낮추고, 실패했을 때의 비용을 줄인다.

회원가입을 취소할 수 있다는 메시지, 되돌릴 수 있는 버튼, 지금 내가 뭘 한 건지 바로 알려주는 피드백.

이런 것들은 사람의 마음을 새로 만들기보다는, 이미 있는 마음이 행동으로 바뀌는 데 필요한 마찰을 줄인다.

UX는 동기를 생성하기보다는, 동기가 행동으로 바뀌는 과정의 저항을 낮추는 역할에 가까운 것 같다.


반대로, UX가 잘하기 어려운 일도 분명하다. 원래 관심 없던 것을 갑자기 원하게 만드는 일, 필요하지 않던 행동을 필요하다고 느끼게 만드는 일

이 영역은 보통 비즈니스 전략, 콘텐츠의 힘, 가격이나 보상 구조에 더 가깝다.

UX 혼자서 해결할 수 있다고 기대하면, 실무에서 역할 충돌과 과도한 책임이 생기는 것 같다.

그래서 구분이 필요하다. 경계를 긋기 위해서가 아니라, 어디까지를 내가 판단해야 하는지를 알기 위해서.

그래서 회의에서 어쩌면 UX/UI 업무를 맡은 내가 집중해야 하는 부분은 “사람들이 이 기능을 어떻게 하면 더 쓰게 하지?" 보다는 "쓰고 싶은 마음이 행동으로 못 넘어가는 지점은 어디일까?" 일지도 모른다.





Reference

1. https://www.linkedin.com/posts/erste-werk-697910283_why-ux-does-not-solve-motivation-problems-activity-7418910555157098497-P2Ty/

2. https://en.wikipedia.org/wiki/Self-determination_theory?utm_source=chatgpt.com

3. https://greedy0110.tistory.com/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