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UI 방법론에 대한 고찰
인간이 특성을 정의하고 알고리즘(클러스터링)의 도움을 받아 유저 그룹까지 직접 나눕니다. AI는 오직 '나누어진 그룹의 데이터를 페르소나로 요약'하는 역할만 수행
UX 리서치에서 페르소나는 늘 서비스 개선을 위한 중요한 마일스톤으로 여겨져 왔다.
프로젝트 킥오프 자리에서 페르소나 한 장이, 이후 몇 달 동안 의사결정의 기준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 한 장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은 꽤 고되다. 인터뷰 녹취를 정리하고, 설문 응답을 엑셀에 옮기고, 비슷한 문장을 색깔별로 묶어보는 시간. 하루 종일 데이터를 들여다보다가도 “이게 정말 하나의 유형으로 묶이는 게 맞나” 하고 다시 흩어놓는 일이 반복된다
최근 생성형 AI는 이 과정을 바꾸고 있다. 리서처의 일을 대신하기보다는, 리서처의 속도를 증폭시키는 일종의 포스 멀티플라이어(Force Multiplier)처럼 작동한다.
이제 질문은 “AI가 페르소나를 만들 수 있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해야 AI와 협업해 더 정교하고 공감을 일으키는 페르소나를 만들 수 있는가?”로 옮겨가고 있다.
Aalto University 연구에 따르면, AI에게 전 과정을 맡기는 방식보다 인간의 전략적 판단과 AI의 요약 능력을 결합했을 때 더 우수한 결과가 나왔다. 핵심은 역할 분담이다.
① LLM-auto (전적 의존형): 데이터만 넣으면 AI가 알아서 특성을 찾고 그룹을 나눠 페르소나 생성
② LLM-grouping (지시형): 인간이 리서치 목표에 따른 핵심 특성(예: 태도, 동기)을 정해주면, AI가 그 기준에 맞춰 유저를 분류하고 페르소나를 생성
③ LLM-summarizing (협업 최적형): 인간이 특성을 정의하고 알고리즘(클러스터링)의 도움을 받아 유저 그룹까지 직접 나눕니다. AI는 오직 '나누어진 그룹의 데이터를 페르소나로 요약'하는 역할만 수행
리서처가 핵심 특성을 정의하고 데이터를 그룹화(Clustering)한다.
AI는 해당 그룹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서사를 요약(Summarizing)한다.
이 방식은 통계적으로도 원본 데이터와의 유사도가 높았고, 실제 리서처들이 읽었을 때도 신뢰할 수 있는 결과물로 평가됐다.
왜 이런 차이가 생겼을까.
그룹을 나누는 일에는 맥락 판단이 개입된다.
예를 들어 ‘가격에 민감하다’는 응답이 나왔을 때, 그것이 단순히 예산이 부족해서인지, 혹은 브랜드에 대한 신뢰가 낮아서인지에 따라 묶이는 방식은 달라진다. 이 미묘한 결을 읽는 일은 아직 사람이 더 뛰어나다.
반면 이미 묶인 데이터 덩어리를 읽고, 공통된 패턴을 정리해 하나의 인물 서사로 엮는 일은 AI가 빠르고 안정적으로 수행한다. 중복 표현을 덜어내고, 말의 톤을 맞추고, 구조를 정리하는 데 강하다.
이 워크플로우 안에서 리서처의 역할은 데이터를 정리하는 사람이 아니라, 데이터의 의미를 해석하고 방향을 정하는 사람에 가까워진다.
AI가 가져온 또 다른 변화는 페르소나를 ‘상호작용 가능한 대상’으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NAVER의 ‘에코엑스(Echo X)’나, 학계에서 논의되는 IVP(Interactive Virtual Persona) 사례처럼, 특정 페르소나의 특성을 학습한 AI와 직접 대화하는 방식이 등장하고 있다.
이제 리서처는 문서를 읽는 대신 질문을 던질 수 있다.
“당신이라면 이 새로운 구독 모델을 어떻게 느낄까요?”
“이 기능이 추가되면, 하루 루틴이 어떻게 달라질 것 같나요?”
답변은 즉각 돌아온다. 그 답은 미리 정의된 성향과 동기, 제약 조건을 반영한다. 문서에 적히지 않았던 미묘한 맥락도 대화 속에서 조금씩 드러난다.
팀 회의에서 페르소나 한 장을 벽에 붙여두는 대신, 노트북 화면 속 챗봇에게 말을 거는 장면.
그 변화는 단순한 형식의 차이를 넘어, 팀원들이 사용자에게 몰입하는 방식까지 바꾸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AI가 모든 것을 대신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AI는 기존 데이터를 기반으로 패턴을 추출하고, 그 안에서 그럴듯한 결과를 도출하는 데 능숙하다. 이미 관찰된 범위 안에서 정교하게 움직인다.
하지만 데이터 바깥의 맥락, 문화적 긴장, 아직 말로 표현되지 않은 욕망을 읽어내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몫에 가깝다.
그래서 AI가 생성한 페르소나는 반드시 원본 데이터와 대조하는 교차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문장이 실제 인터뷰 발화와 연결되는가?”
“이 동기는 우리가 관찰한 근거 위에 서 있는가?”
이 과정을 건너뛰는 순간, 페르소나는 다시 ‘상상 속 인물’로 미끄러질 수 있다.
AI를 잘 쓰는 사람은, AI를 그대로 믿는 사람이 아니라, 결과물에 대해 다시 질문하는 사람에 가깝다.
AI가 정리를 맡아준 덕분에 확보된 시간은 어디로 향할까.
아마도 더 많은 사용자 대화, 더 깊은 맥락 탐색, 더 치열한 팀 내 토론으로 흘러갈 수 있다. 숫자와 문장을 정리하느라 쓰던 에너지를, 해석과 판단에 쓸 수 있게 된다.
AI는 대체재라기보다 유능한 조수에 가깝다.
빠르고, 성실하고, 지치지 않는다.
하지만 무엇을 중요하게 볼지 결정하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손에 남아 있다.
AI라는 파트너와 함께할 때, 우리는 사용자의 ‘행동’을 넘어 그 행동을 밀어내는 욕망과 기대까지 조금 더 가까이 들여다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Reference
1. 인간과 AI의 협업 워크플로우 및 페르소나 생성 연구 (알토 대학교)
https://doi.org/10.1145/3643834.3660729
2. 네이버의 에이전틱 UX 리서치 시스템 '에코엑스(Echo X)
https://www.youtube.com/watch?v=EDKcpPkfYIQ
3. 인터랙티브 가상 페르소나(IVP)를 통한 디자인 증강 연구
https://lup.lub.lu.se/luur/download?func=downloadFile&recordOId=9157427&fileOId=91632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