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일상
돌아보면 나는 항상 잘하는 사람들이 많은 곳에 있었다.
외국어고등학교에 갔고, 명문대에 갔고, 대학원에 갔고, 지금은 대기업에서 일하고 있다.
겉으로 보면 꽤 괜찮은 루트처럼 보인다.
누군가 이 경로를 한 줄씩 읽으면 안정적으로 이어진 길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실제로 나도 한동안은 그렇게 생각했다.
매번 힘들었지만 무사히 다음 단계로 넘어왔고, 어느 정도는 계획대로 흘러온 시간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그 환경들에는 공통된 장면이 하나 있었다.
항상 나보다 잘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처음 외고에 갔을 때 그 분위기가 아직도 또렷하다.
중학교 때까지는 나름 공부를 잘하는 편이었다.
시험을 보면 상위권에 있었고, 수업 시간에 질문을 받으면 대부분 대답할 수 있는 학생이었다.
그런데 외고에 들어간 첫 학기, 교실 분위기가 조금 낯설게 느껴졌다.
수업 시간에 질문이 끊이지 않았고 서로 처음 보는 시험에 몇 점인지 날이 서있었다.
누군가는 외국에서 대부분을 보냈었고 누군가는 모의고사에서 99% 안에 항상 들었다.
그때 처음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는 내가 특별한 학생이 아니구나.
대학에서도 비슷한 장면을 여러 번 봤다.
어떤 주제를 이야기하면 바로 다른 책이나 연구를 연결해서 설명하는 사람이 있었고,
발표를 하면 내용을 또렷하게 정리해서 전달하는 사람이 있었다.
같은 자료를 읽어도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해석하는 사람도 있었다.
대학원에 가서는 그 차이가 조금 더 또렷하게 느껴졌다.
토론을 하다 보면 어떤 사람은 질문을 굉장히 깊은 지점에서 던졌다.
나는 주제를 잡지 못하겠는데 누군가는 너무 좋은 주제를 매 학기 가져왔다.
어떤 사람은 같은 학기였지만 이미 논문을 발표했고 나는 아직 주제도 못 잡던 시간도 있었다.
좋은 환경이었지만 가끔은 이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나는 왜 이렇게 모자란 거지. 나 자신에 자신이 없어지는 것 같아...
그 질문은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강의실에서 나와 계단을 내려오거나 발표가 끝난 뒤 자리로 돌아가는 순간에 조용히 떠오르곤 했다.
회사에 와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회의를 하다 보면 어떤 사람은 문제를 아주 빠르게 정리한다.
어떤 사람은 발표를 엄청나게 잘한다.
또 어떤 사람은 ppt 자료를 엄청나게 깔끔하고 알아보기 쉽게 구성한다.
그런 장면을 보고 있으면 내가 너무 단순한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생각해 보면 사람은 절대적인 기준으로 자신을 평가하지 않는 것 같다.
항상 주변 사람과 비교하면서 스스로의 위치를 가늠한다.
그래서 평균이 높은 곳에 있으면 아무리 괜찮은 성과를 내도 부족하게 느껴진다.
계속해서 더 잘하는 사람을 보게 되니까 내가 충분히 잘하고 있는지 확신이 잘 생기지 않았다.
그래도 요즘은 그 장면을 조금 다르게 보려고 노력한다. 잘하는 사람들이 많은 곳에 있다는 건 내 기준도 같이 올라가고 있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여전히 위축되는 순간은 있다.
회의에서 한마디도 못한 날. 나 혼자 딴소리를 하고 있는 것 같은 날. 내가 두 번 실수한 일을 한 번에 처리하는 동기를 본 날. 등등...
회의가 끝난 뒤 노트북을 닫으면서 방금 했던 말을 다시 떠올릴 때도 있다.
하지만 동시에 이런 환경 덕분에 조금씩 배우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돌아보면 나는 항상 나보다 잘하는 사람들이 많은 곳에 있었다.
그래서 어떤 날에는 내가 부족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동시에 그 환경이 나를 조금씩 바꾸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아마 앞으로도 이런 환경 속에서 계속 배우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