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무관의 절규

어느 인사철의 헤프닝

by 박계장

“김 주무관님, 정말 다시 봤어요!”


코로나 이전, 공직사회 회식은 삼겹살에서 시작해 호프, 노래방까지 이어지는 3차 코스가 불문율이었다. 그날은 4년간 함께했던 김 주무관의 송별회였다. 단속 업무를 맡으며 늘 과묵하고 단정했던 그가 쏟아지는 송별주를 마다하지 않더니, 노래방에 도착했을 땐 이미 혀가 꼬여 있었다.


문제의 순간은 반주 소리에 묻혀 일어났다. 옆자리 여직원이 사색이 되어 뛰쳐나간 것이다. 뒤따라 나간 동료가 사연을 물어 돌아왔다.


동료가 말을 전하며 씩씩댔다.


“김 주무관님이 귀에 대고 ‘자고 가’라고 했대요. 잘못 들었나 싶어 다시 물었더니, 손목까지 잡고 또 ‘자고 가’라고 했답니다.”


노래방 안이 얼어붙었다. 계장님이 마이크를 잡고 비틀거리는 김 주무관을 다그쳤다.


“김 주무관, 정신 차려! 진짜 여직원한테 자고 가라고 했어? 미친 거야?”


초점 없는 눈을 간신히 뜬 그가 억울하다는 듯 꼬인 혀로 외쳤다.


“아니… 자고 가… 자고 가… 틀어 달라고…”


순간 화면에 예약곡이 떴다. 가수 박상철의 ‘자옥아’.


“자옥아, 자옥아 내가, 내가 못 잊을 사람아”


첫 소절이 흐르자 현장은 빙하기에서 열대로 바뀌었다. 만취한 혀가 ‘자옥아’를 ‘자고 가’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성추행범으로 몰릴 뻔한 김 주무관, 사색이 됐던 여직원, 침 삼키며 지켜보던 동료들 모두 배를 잡고 웃었다.


한 글자가 빚어낸 아찔한 오해. 단체 회식도 노래방 문화도 사라졌지만 인사철이면 그날의 ‘자고 가’ 사건이 떠올라 혼자 피식 웃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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