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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십칠도씨 Feb 07. 2024

2022 취준일기: 면접 후기 (2)

절망의 기억들

고양이나 햄스터 같은 작은 동물들은 무언가를 먹을 때 눈물샘이 같이 자극돼서 먹으며 눈물을 흘리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그것처럼 나도 밥만 씹으면 눈물이 나왔다. 먹을 자격도 없는데 꾸역꾸역 잘만 처먹는다는 자괴감 때문에.
부모님과 밥을 먹는데 한 숟가락 떠먹을 때마다 눈물이 나와서 한술 뜨고 방에 가서 울고 다시 돌아와 한술 뜨다 다시 방에 가서 울고를 반복했다.

늘 열심히 했던 것 같은데, 결과는 안 좋다.
지금까지 그래온 것처럼 미래도 그렇겠지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는 건 나 같은 사람을 보고 만들어진 말인가 보다.


00 교육 온라인콘텐츠개발 신입 실무면접

    그나마 화상 면접이라 시간과 노력이 덜 들었다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하지만 이런 모욕적인 시간을 보냈는데 면접비도 없어서 더 별로였다. 내 자소서에서 업무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게 느껴졌는지 "교과서를 만드는 집필 사업이 아니고 교육용 어플을 만드는 거인 건 알고 지원하셨죠?" 하고 물었다. 교육 어플을 써본 적이 있냐고 물어봐서 없다고 했고 그럼 어플 써본 것 중에 좋았던 것은 뭐였고 이유를 말해달라고 했다. 왓챠로 예를 들며 '왓챠피디아'라고 하여 사용자들이 참여하고 평가하는 참여형 어플이라 양질의 정보가 쌓이는 게 좋다고 말했다. 교육 어플도 사용자들과 상호적으로 소통하는 창구가 있으면 좋겠다는 말도 했다. 면접관은 별로 궁금하지도 않은데 물은 듯 제대로 듣지도 않고 건성건성이었다. 내가 잘 모르는 것 같으면 차라리 깔끔하게 끝내든가, 관심도 없어 보이면서 길게 면접한 이유를 모르겠다. 서기관은 둘째치고 메모도 없었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느낌.

    면접 중 최악의 순간은 내 출신 고등학교와 지역에 집착하면서 정보를 캐내던 때였다. "00 고등학교면 목동이죠?" 묻더니 학원은 어디를 다녔냐, 그 학원들에서 어떤 식으로 공부했냐 등 나를 알아보려는 질문보다는 사교육 관련만 물어봐서 정말 무시당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궁금하면 현역 고등학생들한테 물어보든가, 졸업한 지 6년이 넘은 사람한테 물어서 뭐 하려고. 하긴, 실제 학생들은 생계가 달린 면접자만큼 절박하지 않을 거고 자기들 하는 말에 고분고분하게 대답하지 않을 테니 그렇겠지. 나를 뽑거나 떨어뜨리려는 게 아니라 출신 지역을 보고 업계 관련한 정보를 얻으려고 편하게 화상으로 불렀던 거였나 하는 의심이 들었다.

    마지막 할 말에 대한 대답도 불쾌했다. '실무자로서' 변화하는 교육에 어떻게 대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등을 물었는데 이미 나도 다 아는 이야기를 선심 쓰듯이 했다. 7차 개정 교육과정이 교육청 홈페이지에 가면 있고(이미 읽어본 자료였다) 다른 것도 공부하면 다른 회사 지원할 때(ㅋㅋㅋ)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질문의 의도도 못 알아듣고 대단한 훈계라도 하는 듯 의기양양한 모습에 속으로 화가 났다. 어차피 떨어뜨릴 것이라고 중간에 확신했으면 마지막 할 말은 왜 시키는 건지, 오만하고 위선적이라고 느껴졌다. 알 듯 말 듯 돌려 까는 화법도 짜증 났다.


한국 00 자동차 인사 채용형 인턴 1차 면접

    그간 본 면접 중에 가장 기분 나빴던 면접이었다. 길지 않은 시간에 회사에 정 떨어지게 만드는 것도 재주라면 재주다. 서기로 들어온 것 같은 여자 면접관은 신발에서 발을 뺀 채로 다리 꼬고 맨발을 흔들흔들거리는데 서로 예의를 갖춰야 할 면접장에서 할 행동은 아닌 것 같았다. 그리고 일본계 기업의 공통점인지는 모르겠는데 업무와 크게 관련 없는 작은 것에 집착하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타 일본계 기업에 인적성 시험을 치러 갔을 때도 마스크 유형이 규격(?)에 맞지 않는 사람 자리에 말도 없이 마스크를 올려놨던 기억이 났다. 갈아 끼라고 말이라도 하면 모를까, 말도 없이 올려놔서 하나씩 선물로 주나 보다 생각하고 가방에 넣으니 나중에 또 새 마스크를 내게 주었다. 갈아 쓰라는 무언의 압박이었다. 시원하게 말을 하면 되지 왜 커뮤니케이션을 이런 식으로 하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 외에는 별로 기억나는 게 없다. 기억하고 싶지도 않다. 


두 면접 결과는 당연히 불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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