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공탈희 Jun 30. 2023

4. 제출 또 제출, 감사 또 감사

비효율

업무 말고도 번외로 제출해야 하는 자료들이 참 많다.


신속집행자료,

건설공사 진행 현황 자료,

정보공개청구 자료,

개인정보보호 관련 점검 자료,

감사원, 상위 기관, 의회 등에서 요구하는 감사자료,

계약, 지출 자료 등....


다양한 자료제출 요청 문서가 거의 매일 쏟아진다.


그 외에도 온갖 시스템이 많아서 업무에 따라서 이용하는 시스템에 자료를 입력해야 한다.


자기 업무 하기도 바쁜데, 무슨 자료 요구가 많은지

심한 날에는 자료작성하다가 하루가 다 가버린다.

본래업무는 쌓인 채로...


어쩔 때는 비슷한 자료를 여기저기서 달라고 하니, 같은 내용을 서식만 다르게 다시 편집해서 전달해야 하는 상황도 생긴다.


정말 비효율적이고 쓸데없이 업무양만 늘어난다.



-

감사는 정부합동감사, 감사원 감사, 도 감사, 자체 감사, 의회 행정사무감사가 있다.


의회 행정사무감사는 매년 진행되고

정부합동, 도, 자체 감사는 3년에 한 번 정도 돌아가기 때문에 1년에 1회 이상 감사가 진행된다.


그럴 때면 자료 제출이 어마어마하게 많아지고

특히 회계과와 부서별 회계업무담당자는 바빠지는 것도 모자라 감사 표적이 되기에 힘들게 일하면서 불이익받기는 좋은 상황에 놓인다.


또한 금액이 큰 공사 담당자나 사업담당자들도 표적이 되기에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징계나 경고를 받는 억울한 상황이 생기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업무 과정에서 비위가 발견된다 하더라도 하위직 공무원의 단독 판단이 아닌 경우가 많은데, 꼬리 자르기 식이거나 감사 담당자와의 딜을 통해서

약한 징계 건들을 넘겨주고 큰 징계를 덮는 방법이 통하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 확실한 비위는 징계 처분을 받으니, 공무원들이 부패했다는 오해는 하지 마시길...)


인사발령받고 회계업무를 한지 한 달 만에, 업무가 숙지되지 않은 상태에서 억울하게 감사받고

소명 자료 제출과 확인서에 사인을 해야 했던 적이 있다. 다행히 잘 넘어갔지만, 너무 억울하고 속상했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있다.


어쩌면 운이 좋아서 징계를 받지 않았을 뿐, 평생 공무원하면서 징계받을 일 없을 거라는 기대는 안 하는 게 좋을 것이다.




-

지방의원이 요구하는 자료 양도 어마어마한데,

예산결산심사(지자체 예산, 결산을 심사함), 행정사무감사 등을 진행할 때 다양한 자료를 요구한다.

본연의 업무도 바쁜데 자료를 만들 때면 또 현타가 온다.


의회에서 집행부(시청)를 견제하고 제대로 일을 하는지 감시하는 것은 좋으나, 무리한 반대와 견제 등으로 업무가 지연되거나 어려움을 겪는 경우는 정말 힘들다.

다 같이 시민을 위해 일을 하는데 입장차이, 생각차이가 좁혀지지 않는 경우 애를 먹는다. 


-

열심히 일을 잘하면 힘든 부서로 발령을 보낸다. 거기서 굵직한 일을 하다 보면 감사 시기에는 표적이 돼서 수사받듯 자료제출, 담당자 소환을 당해야 한다.

일을 안 하거나 못하는 직원들은 비교적 쉽고 위험하지 않은 일을 하니 스트레스도 덜 하고 만족도가 높다.


그래서 처음부터 일을 못하는 척하며 인정받기를 스스로 포기하는 신규직원도 봤다.
어차피 일 열심히 하면 힘든 데로 가기 때문이라나?

맞는 말이기도 하니, 반박할 수 없었다.


인사이동은 이렇게 하나, 저렇게 하나 불만이

힘들게 일을 해내도 돌아오는 대가는 거의 없기에 보람을 느끼기도 힘들다.


외부의 인정과 보상을 바라지 말고 스스로 자긍심을 갖으라는데, 글쎄...


나는 그게 도무지 되질 않으니,

그만두고 스스로 자긍심을 느낄 일을 찾는 게 낫지 않을까?






작가의 이전글 3. 상상하지 못한 다양한 근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