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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탈희 Jul 02. 2023

5. 지방직공무원 조직의 특성

뇌피셜

어딜 가나 미친x과 꼰대는 있다.

나도 어쩌면 또라이+ 젊은 꼰대인지도 모르겠다.


정년이 보장된다는 장점이 무능력한 꼰대가 나가지 않고 버틸 좋은 구실이 되어주었고.

시험과 면접만으로 들어올 수 있는 장점은 다양한 또라이 직원들이 들어올 수 있는 길이 되어 주었다.


윗세대는 앞으로 10년 안에 나갈 테니 참으면 되는데, 더 큰 문제는 몇몇의 젊은 직원이다.


그 몇몇의 고문관 같은 직원들은 앞으로 20~30년을 같이 근무해야 하는데, 그 직원들을 가르치다 보면 사실상 내가 그 일을 다 하고 있으니 이건 뭔가 싶다.



-

다른 지역은 1차 시험에서 1.5 배수 인원을 뽑고 면접에서 3명 중 2명이 합격하는 데,

내가 시험을 본 지역은 1차 시험에서 1 배수를 뽑고 면접을 보기 때문에 사실상 면접은 의미가 없다.


그러다 보니 이미 신규 직원일 때부터 이상행동이 보이는 직원들이 버젓이 들어와 애먹는  일들이 생긴다.


하기야 사기업에서는 서류, 면접, 인적성 시험, 발표, 토론, 임원 면접과  Ai면접을 거쳐도 이상한 사람이 뽑혀 고생하데, 공무원은 오죽할까?


다행인 것은 마음에 안 드는 직원과 같이 근무하더라도 주기적으로 인사이동이 있기 때문에 참고 견딜 수 있다는 점이다.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이 생각난다.

'나도 정년까지 안 잘리지만 저 xx도 안 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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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경험이 축적된 선배들의 노하우와 지혜,

젊은 신규직원들의 참신한 아이디어와 트렌디함이 어우러진다면 공직도 참 좋을 텐데.


예전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보수적인 선배들과 개인주의적인 신규직원들이 만나서 많은 갈등이 일어난다.


나도 그 중간 어디쯤에 껴서

선배들에게는 당돌하고 말대꾸하는 직원

후배들에게는 무섭고 다가가기 힘든 직원으로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과 갈등을 겪으며 에너지를 소모해 왔다.


이제는 참는 데도 한계가 왔는지, 매일 작은 일에도 화가 나고, 문서가 읽히지 않고,  나를 꾸미고 옷을 차려입을 기운도 나지 않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

코로나 팬데믹 이후로 회식이 줄고 술문화가 바뀌고 있다지만, 다시 제한이 풀리자 회식이 시작되었다.


회계 담당자는 회식 때 혹시나 예산보다 비용이 더 나올까 봐 조마조마해하고

원치 않는 2차를 갔을 때는 아예 예산이 없기 때문에 누군가가 쏘지 않는 이상, 머리를 굴려 계산해야 한다.


요즘은 술 없는 회식, 건전한 회식 자리도 많지만,

부서 구성원에 따라서는 부어라 마셔라 하는 회식,

2차 유흥주점을 꼭 가야 하는 회식도 여전히 있다.


슬프게도 내가 속한 부서는 늘 후자였다.


이젠 8년째가 되니 체력도 떨어지고

 또래가 아닌, 항상 아저씨, 아줌마들과

그들이 좋아할 만한 스타일의 주점,

노래방인 경우 그들이 좋아할 만한 선곡으로

그 세대에 맞춰 노는 것에 신물이 난다.


8년째, 나이로는 여전히 막내인 이곳.


서울에 살고 있는 대학교 친구들과 만나면

촌스러워진 내 취향과 언행이 더 도드라져 보여 놀라곤 한다.

매해 트렌드 컬러, 유행하는 패션스타일, 뜨고 있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고 살았는데.

이제는 하나도 모른다.

안다고 해도 내 월급으로는 어차피 사고 싶은 브랜드의 트렌디한 그 옷을 살 수 없는 걸...


이렇게 지방에서 나이 먹어간다는 게 조금은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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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직은 좁은 동네, 작은 조직인만큼 촘촘한 그물처럼 인간관계가 형성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온갖 소문과 구설수에 휘말리기 좋다.

같이 근무해 본 적도 없는 직원의 험담을 강제로 주워듣게 되고 누구 집 숟가락 젓가락이 몇 개인지 나열하는 사람들로 인해 본의 아니게 남의 가정사도 알게 다.


궁금하지 않은, 모르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내 귀에 들어올 때면 내 이야기도 이렇게 퍼지겠구나 싶다.


많은 눈동자들이 나를 지켜보았다가

뭐라도 이상하거나 그들과 다르면

그걸 콕 집어내 떠들어댔겠지.



-

공무원은 시민을 위한 건지, 선출직 상관을 위한 존재인지 모르겠다.


선출직 상관이(시장)

시민을 위한 사업을 직원에게 지시하고

직원이 그 일을 처리하면

결론적으로는 시민을 위해 일을 한 것이겠지만,


시장은 시민을 위한다는 명목아래

자기 자신을 위해, 소속된 당을 위해, 표를 위해 일할 뿐이다.


다수의 시민들에게 피해가 가도

자신을 도왔던 소수의 시민을 위한 일을 지시하고


법적으로 할 수 없는 일을 강제하여

담당 직원이 징계받는 상황을 만들기도 하며


자신의 업적을 드러내는 사업에만 몰두하여

온갖 시설을 지어 만들었다가

나중에 유지보수와 관리 비용 발생으로 인한 세금누수가 발생하기도 한다.


특정 업체가 혜택을 받도록 지시하거나

자신의 마음에 드는 직원을 과속 승진시키고

직원들의 삶의 질에는 관심 없이 그저 더더더 해내라고 할 뿐이다.


이럴 때면 시민을 위해 일하는 건인지

시장을 위해 일하는 건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시민을 위해 일하는 마음가짐이 흐트러진 직원들에게 긴장감을 심어주는 건 좋지만,

열심히 노력하는 직원들의 사기마저 떨어뜨리는

고압적인 언행에 진절머리가 난다.



-

26살에 공직에 들어왔으니,

정년이 65세로 늘어난다면 40년을 다녀야 한다.


그 기간 동안 1~3년 주기로 부서와 업무가 바뀌는데, 평균 2년이라고 계산하연 20번을 새로운 자리에 가서 새롭게 일을 배우고 적응해야 한다.


좋게 말하면 지루해질 때쯤 업무가 바뀌어 리프레시된다는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적응할만하면 업무가 바뀌어 다시 바보가 된다는 것이다.


다양한 분야의 일을 경험할 수 있는데,

전문성은 없으니,

특히 행정직은 퇴직하면 물경력이라는 말이 생길 수밖에.


얕고 넓은 경험으로 인해 사는 데에 도움이 되겠지만, 경력직으로 이직을 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리고 인사이동 때면

자주 자리가 바뀌는 걸 악용해서

하기 싫은 일을 미뤄두고 도망가는 사람도 있고

인수인계를 제대로 해주지 않거나

예전 자료를 지워버려서

후임자가 고생하는 경우도 많이 봤다.


나는 후임자를 위해 업무 틈틈이 인수인계 자료를 만들어 놓는데,

인사이동 시기에는 후임자에게 업무를 가르치면서

동시에 전임자에게 업무를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인사이동할 때면 설레기도 하지만

2~3개월은 적응하느라 고통스럽다.


인사이동이라는 게, 내 선택이나 의지와 상관없이

예측할 수 없는 곳으로 가라면 가야 하기에,

지방행정직은 나처럼 반항적인 인간에게는 맞지 않는 직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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