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락적인 수시, 그리고 그 이후의 것들

D-46

by 수험생

요즘 내 기분을 설명해 주는 어휘는 열등감이다.
9월 10일~12일까지의 원서접수를 끝내고 대략 2주가 지난 시점이다.
10일~12일 당시의 기분은 불쾌하고 악취가 나는 열등감 같은 것이 아니라, 드디어 입시라는 큰 짐덩이를 덜어냈다는 안도감 같은 것이었다.
며칠간, 그런 쾌락적인 안도감은 객관적인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게 했다.
하교 후에 항상 독서실로 향하는 부지런한 발, 발가락들은 침대의 체취만을 좇고 있었고, 고3 이후에 여러 번 도파민 디톡스를 감행한 굳은 의지 또한 쾌락의 늪, 낙관의 바다에 빠져있었다.

무언가 변화가 발생한 시기는 저번주부터였다.
고등학생 내내 나의 발밑에 자리 잡고 있던 친구의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였다.
발밑이라는 추잡한 단어가 무심코 튀어나오는 친구, 나에게 희미한 악의를 가지고 캐묻던 친구의 소식은 이제껏 느껴본 것 중 가장 중의적인 감각, 혹은 그런 감각을 위장한 열등감의 총체였다.

내신을 챙기기 쉬운 학교라는 합리화는 부질없는 것이다.
당장 1,2개월 후에 펼쳐질 압도적인 결과 앞에서 그것은 추한 자기세뇌 비슷한 것이 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기름진 발끝과 초췌한 얼굴이 눈에 밟히기 시작했다.
하지만 제동이 걸린 자동차가 무릇 그렇듯, 그것은 끊어지지 않는 사슬처럼 느껴졌다.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단순한 의지부족을 포함하여 실재하는 숫자의 생김새는 운명론을 믿게 하는데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러한 생각의 연쇄는 결국 열등감으로 수렴하고 말았다.

가끔씩 대학이 전부가 아니라는 선생님의 말씀이 귀에 울린다, 하지만 그런 말조차 형편 좋은 소리라고 치부한다.

지금은 감정이 식긴 했지만, 아직 끈적끈적하다.

남은 1,2개월간 펼쳐질 도화지에 어서어서, 열등감이란 물감을 다른 물감으로 덮어야 한다.

아마 그 물감에 수반되는 행위와 사고가 앞으로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가 되지 않을까 하고 조심스레 예측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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